안타까운 수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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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수원시...
  • 장현주 시민기자
  • 승인 2007.11.25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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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7살, 1살 아들들을 키우고 있는 한 아줌마입니다. 우연히 이곳을 알게 되어 컴퓨터를 켤 때마다 종종 들르구요.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답답하고 화도 나고 ... 늘 눈팅만 하다가 오늘은 제 손이 먼저 자판을 두드리고 있네요.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제한시간은 약 30분 정도입니다. 둘째가 깨기 전까지요... 마음이 급하네요. 저는 오늘 어떤 우편물을 한 통 받았습니다.  누런 봉투에 용인시장이 보냈다고 써있습니다. 전 용인에 아무 연고가 없기에 무얼까 궁금했지요. 꺼내서 보는 순간 허걱 했습니다.  용인의 힘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용인문화관광과에서 보내온 것은...  바로 용인시 드라마 영화 촬영 적합 장소 홍보물이었습니다.

작은 책자와 함께 CD가 들어있네요. CD에 이렇게 써있습니다. 이 영상물에는 영화, 드라마 촬영에 추천할 만한 용인시의 아름다운 영상과 사진이 들어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코리아!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관광도시 용인으로 여러분을 모십니다.  세계최고 선진용인. <용인시 영화, 드라마 촬영 추천장소>

세계최고 선진용인이라는 활자가 참 힘차고 자신이 넘칩니다. 저는 방송작가입니다. 용인시가 방송작가 협회 회원 500 여 명에게 이 자료를 보냈습니다. 보니까 드라마 쓸 적에 용인을 배경으로 해달라고, 용인의 풍경 좋은 곳들을 이미지와 함께 설명을 넣어서 구성해놨습니다. 수원이란 도시가 어디에 있는 지 어떤 도시인지 알지도 못했던 제가 수원에서 아이들 낳고 산 지 8년째...

수원에선 단 한 번도 이런 자료 보내온 적 없습니다. 용인의 공무원들은 정말 일을 찾아서 만들어서 하는군요. 부러웠고 용인이 발전하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비약이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으나, 저는 봉투를 뜯어서 내용물을 보는 순간 용인의 힘을 무섭도록 느꼈답니다.

이게 용인의 다가 아니라 단면일 진데, 한 수원 시민도 감동시키는 용인이군요. 결혼을 하면서 수원으로 왔습니다. 그 전에는 수원에 대해서 전혀 몰랐습니다. 맨날 2호선 3호선만 타고 다니다가, 대학 다닐 때 1호선을 타고 수원역에 올 일이 있었는데 사람들 표정이 무서워서 위축됐던 경험이 있습니다.(2,3호선과 분위기가 엄청 다른 건 사실이지요. 근데 1호선 인천선은 더 무섭더군요)

이젠 제겐 수원이 고향 같습니다. 8년이면 적은 햇수도 아니지요. 제 아들들도 수원 출신입니다. 출신은 평생 가지요. 그러니 수원은 제게 특별한 도시입니다. 결혼할 무렵 친구들은 주로 분당에 집을 많이 얻었습니다. 그때만해도 이렇게까지 비싸지는 않았구요. 용인에 집 얻는 친구들도 꽤 있었고(집값이 많이 쌌지요) 죽전이 생긴 후 죽전에도 많이 있었습니다.

용인에 아주 친한 친구가 있는데 4년 전?신갈에 30평을 1억 6천인가 8천인가에 샀던 기억이 납니다.  전 그때 화서역에 24평 1억 5천 주고 얻었죠. 용인의 친구 집이 지금 5억 넘구요. 삼성 직원이라 천안에 직원용 주상복합을 하나 더 샀더군요. 분당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죽전도 분양 받아 들어간 친구들도 잘 선택한 거고.

그러나 저는... 처음 출발은 크게 차이나는 금액이 아니었는데 수원을 선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제 다른 도시로 이사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더군요. 그래도 뭐 살기엔 전혀 불편이 없고 그래도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에 욕심을 접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니 차려진 밥도 못 먹는 수원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살아보니 수원이 교통도 편하고 살기에 여건도 좋고 참 좋은데 집값도 그렇고 인식도 그렇고(인식이 더 심각합니다)... 남편이나 저나 직장이 서울이고 학교도 서울이고 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수원 산다는 말에 정말 화들짝 놀랍니다.

그렇게 멀리서 어떻게 오냐고... 힘들지 않냐고...그런데 분당이나 죽전이라고 하면(사실 대중교통으로 움직이기에 분당, 죽전이 더 멀고 힘듭니다. 여의도 기준입니다) 멀다는 인식이 없습니다. 수원에선 1호선 한 방이면 대방까지 가는데 45분이면 도착인데... 설명하는 것도 한 두번이지 이젠 안 합니다.

어쩌다보니 큰 아이 낳고 나서 서울에서 부동산 대학원을 다니게 되었는데요. 물론 학문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아니었고 큰 지식을 얻어 나온 것도 아니지만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나름 큽니다.  그냥 지켜만 보는 수준이지만요.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화서역 주변 사람들 아파트에 관심없는 사람들 너무 많습니다. 그냥 살기 좋으면 그만이라는 사람도 많고 신분당선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아직 모르는 사람이 더 많고 물론 안되어 서운하다지만 그뿐입니다. 되든 안 되든 큰 관심이 없습니다.  

옛부터 부자를 따라만 다녀도 돈이 굴러온다느니 가난해도 부자 옆에 살라느니 하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부동산에 관심도 없고 뒤에서만 수근거릴 뿐 나서는 사람도 없고 우리 아파트는 부녀회도 없어서 집값도 생활여건에 비해 저평가입니다.

어떤 때는 답답해서 남편에게 "내가 부녀회 회장한다고 할까?" 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어찌됐든 수원은 이제 제 삶의 일부가 되었고 제가 살아온 상당한 시간들의 추억의 배경이 되었고 제 아이들에게도 평생 기억될 고향입니다. 제발 차려진 밥상이라도 뺏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몇 년 개발이니 뭐니 계획 그만 세우고 실현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당장 실현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토깽이님(어감이 쫌...써놓고도 죄송하네요)의 글을 보면 수원을 사랑하면서도 체념하는 듯한 애증이 보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수원을 사랑하지만 요즘은 김이 많이 빠지네요. 오늘 용인시의 홍보물을 받고는 (580원인지가 붙어있네요) 생각이 많았습니다. 제한된 짧은 시간에 글을 쓰느라 두서가 없습니다. 글을 쓰고 나서도 답답하네요. 아기가 깨어서 고개를 흔들고 있어요.  이제 가봐야겠습니다... /신용성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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