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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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 우승오 기자
  • 승인 2013.02.19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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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백년전쟁 당시 ‘칼레’라는 프랑스 도시는 영국군에게 포위당한다. 칼레는 영국의 파상공격을 거듭 물리치지만 더 이상 원병을 기대할 수 없어 결국 백기를 들고 만다.

이후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에게 자비를 구하는 칼레시의 항복 사절단이 파견된다. 하지만 영국은 칼레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희생양을 요구했다.

칼레시 대표 6명의 목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칼레시민들은 누가 처형 대상이 돼야 할지를 놓고 큰 혼란에 빠졌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칼레시의 최대 갑부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Eustache de St Pierre)’가 처형을 자청했다. 뒤이어 시장·상인·법률가 등 귀족들도 자신의 목숨을 바치겠다고 나섰다.

그들은 다음 날 교수대에 모였다. 하늘도 그들의 희생정신에 감복해서일까. 임신한 왕비의 간청을 들은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죽음을 자청했던 시민 6명을 풀어준다. 이 스토리는 현재까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의 뜻을 상식사전에서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다. ‘사회 지도층의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프랑스어로,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인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된 용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적으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그들의 지위만큼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는데, 특권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고 고귀한 신분일수록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라고.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이를 쉽게 찾기가 만만치 않다. 청문회 문턱에서 숱하게 발생되는 낙마가 이를 반증한다. 노블레스는 있으되 오블리주는 온데 간데 없다. 오죽하면 ‘땅불리스 돈불리제’라는 비아냥이 나오겠는가.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 등의 가훈을 실천하며 400여 년간 부를 유지한 경주 최부잣집 얘기가 신선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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