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기 특검’ 수용할 수 없다[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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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기 특검’ 수용할 수 없다[성명]
  • 김원태 기자
  • 승인 2008.04.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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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7일) 삼성 특검은 기자회견을 열어 99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이건희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하여 불구속 기소했다. 또한 이학수, 김인주 등 전현직 임직원 10명에 대해서도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모두 불구속 기소처분을 내렸다.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 홍라희 씨는 불기소하였고, 이재용 씨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리했다.

이로써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삼성특검은 단 1명의 구속자도 없는 ‘봐주기 수사’, ‘면죄부 수사’로 마무리되었다. 특검의 터무니없는 수사결론과 함께 삼성의 불법비리의혹을 규명하여 경제 질서를 바로 세우려 했던 우리사회의 노력도 물거품이 되었다.

어제 발표된 수사결론을 보면, 특검팀이 애초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 많다.

비자금 조성 의혹만 해도, 일부 차명계좌를 밝혀내기는 했지만, 어떤 경위로 차명계좌의 비자금이 만들어진 것인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비자금 조성과정에 대한 김용철 변호사와 제보자들의 구체적인 증언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삼성 측의 해명만을 듣고,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아울러 특검은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정관계 불법로비의혹에 대해서도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았다. 특히 김용철 변호사에 의해 뇌물전달의 구체적 정황까지 밝혀진 임채진, 이종백, 이귀남, 김성호, 이종찬 등 전현직 고위검찰들을 소환 조사 한 번 없이 무혐의 처리했다. 뇌물을 전달한 사람은 구속을 각오하면서까지 양심고백을 했는데, 정작 수사기관은 당사자들의 서면 진술만을 인정해 면죄부를 주는 이해하기 힘든 수사결과이다.

미술품 의혹도 마찬가지다. 수사 초반 ‘행복한 눈물’의 행방을 쫓고, 에버랜드 창고를 압수수색하는 등 시끄럽게 소란만 피웠을 뿐, 별다른 추가수사 없이 무혐의 처리했다. 미술품 수사 중 발생한 삼성 측의 증거인멸 시도를 처벌하지 않은 것 역시 석연치 않은 결과 중 하나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이건희 회장에 대한 불구속 방침이다. 이건희 회장은 천문학적 금액의 배임죄 혐의와 1128억 원의 조세포탈죄 등 중범죄 혐의가 적용되었음에도, 결국 구속 기소하지 않았다. 법 적용의 형평성을 잃은 ‘봐주기’ 수사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특검은 “법정형이 무거운 중죄에 해당하지만 그 조직 구성원의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배임, 조세 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는 점쟁이 같은 해명을 늘어놓았다. 특검이 개인적 탐욕의 유무(有無)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이를 두고 “‘삼성 특검’이 아니라 ‘삼성 특변’이다.”, “이 회장 머리 속에 들어가 본 건지 대단하다”는 국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특검이 이렇게 미진한 수사결과를 내어 놓고도, 뻔뻔하게 수사대상 의혹을 모두 종결 처리하여, 검찰로 사건을 이첩하지 않은 것 역시 반드시 지적되어야 하는 문제다. 적극적인 수사의지가 있었다면 검찰의 수사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이런 조치를 취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검의 수사결과와 더불어 보수언론의 보도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의 집요한 ‘특검 압박’과 ‘삼성 감싸기’ 노력이 없었다면, 특검도 차마 이렇게 노골적인 ‘봐주기’ 결론은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사주일가를 보호하려는 중앙일보의 노력은 언론으로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이 신문은 특검 기간 내내 침묵과 왜곡으로 여론을 호도하더니, 결국 기자들이 직접 사주의 경호원으로 나서 동료 기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취재를 방해하는 등 사주에게 충성을 다하는 노예적 행태를 하기에 이르렀다.

부자․족벌신문과 경제지 역시 특검수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데 힘썼다. 이 신문들은 삼성의 해명 위주로 기사를 쓰고, 경제단체들이 ‘삼성 특검 조기 종결’을 주장하자 일제히 관련 내용을 부각하는가 하면, ‘기업경영 위축’, ‘투자 부진’, ‘경기 위축’, 심지어 ‘비자금은 정당방위’라는 反체제적인 주장까지, 온갖 논리를 동원해 삼성을 ‘엄호’하고, 특검을 ‘압박’했다.

우리는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X파일 사건에서 드러났던 정-경-언-검의 4각 동맹체제가 여전히 강고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시장을 장악한 언론들이 자본 권력과 결탁하여 사태를 호도하고, 경제 질서를 교란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마저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결국 이 동맹체제의 해체 없이는 경제민주화의 길도 요원하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한층 명백해졌다. 우리는 삼성특검이 발표한 ‘봐주기’ 수사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우리는 경제민주화를 바라는 모든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자본과 언론권력 동맹체제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삼성 비리의혹의 진실규명을 위한 싸움도 계속될 것이다.


2008년 4월 18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약칭 : 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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