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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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승오 기자
  • 승인 2014.01.2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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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대 정치이벤트는 단연 6·4 지방선거다.
때가 때인지라 벌써부터 예비후보자들의 출사표가 연일 언론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날 궂으면 도지는 신경통처럼 선거철만 되면 난무하는 게 출사표인지라 그러려니 하고 외면하려 했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출사표는 본디 군대를 출동시키면서 임금에게 올리는 글을 일컫는다.

촉의 제갈공명이 위나라를 치기 위해 떠나면서 황제에게 표(表)를 올린 데서 비롯된 것으로 구구절절 충언으로 가득찼다. 그동안 살아온 내력과 전쟁에 자신이 나가야 하는 이유, 그리고 각오 등 비장함을 담았고, 나라를 다스리는 바른 길이 무엇인지도 적었다.

그러나 요즘 한 고을을 다스리겠다거나, 집행부에 대한 감시자로 나서겠다는 이들의 몇몇 출사표를 보면 그냥 냅다 내던진 것일 뿐 그 속에서 정책과 미래비전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 본격적인 선거철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예비 출사표’ 정도로 이해하더라도 이건 좀 심하다.

도무지 열정 따윈 엿볼 수가 없다. 그저 ‘A도 나간다는데 나라고 못 나갈소냐’는 식이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이름만 있으면 다들 ‘저요’하고 손을 드는 형국이다.

용인의 경우 단체장 예비후보만 꼽는 데도 서너 명의 손가락을 동원해야 할 정도다.

출마의사를 밝히는 것 자체를 나무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그들의 출사표에서 기초단체장이나 광역·기초의원이 왜 되고자 하는지, 당선됐을 때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날 뿐이다.

출사표를 던진 것은 아니지만 심지어 어떤 예비후보는 경쟁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B는 이래서 안 되고, C는 저래서 안 된다’는 식으로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다.

정책과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확실한 출사표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뤄줄 것을 모든 예비후보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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