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학생-교수들, 대낮 몸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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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학생-교수들, 대낮 몸싸움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7.05.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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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 총장실 점거 장기화... 교수 4명 경찰에 연행
 
▲ 동덕여대 일부 교수들과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28일 낮 본관 2층 계단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멱살이 잡힌 채 웃옷이 벗겨진 사람이 동덕여대 총학생회 농성장을 지지 방문왔던 연세대생 손아무개씨다.
ⓒ 동덕여대 총학생회
 
valign=top [28일 오전 10시 45분] 학생과 교수간의 몸싸움 / 동덕여대 총학생회 제공

총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총장실과 부총장실을 점거하고 농성 중인 동덕여대 총학생회 학생들과 교수들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학생 7명이 다쳐 한 명이 입원했다.

사건이 일어난 때는 28일 오전 10시45분께. 이틀전인 26일 농성장을 지지 방문했던 연세대생 손아무개씨가 집에 가려고 총장실을 나오자, 이를 발견한 이아무개 교수가 신분을 밝히라며 가로막았다. 이러는 사이 다른 교수 3∼4명이 합세하여 계단을 내려가려는 손씨를 둘러쌌다.

바깥의 소란에 교수와 학생 30여 명이 순식간에 몰려들었고, 이들이 뒤엉켜 심하게 몸싸움을 벌였다. 연세대생 손씨는 팔과 목을 다쳤으며, 웃옷이 찢겨지고 안경이 부서졌다. 또 동덕여대생 6명은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아무개(문예창작과 2) 학생의 경우 계단에 넘어져 발목이 접질리고 허벅지에 타박상을 입어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교수들에게 연행에 협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동덕여대 총학생회
 
학생들은 오전 11시경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이아무개 교수 등 4명을 폭력 혐의로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경찰은 이 교수 등을 현장에서 종암경찰서로 연행하여 조사를 벌인 뒤 이날 오후 모두 석방했다. 담당 형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로 밀치고 당기는 과정에서 작은 충돌이 있었지만 폭력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은 경찰의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을 목격한 한 학생은 "떼로 몰려든 교수들에게 학생들이 멱살잡이를 당하고 허벅지를 밟히는 등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문수연(국사학과 4) 총학생회장은 "제자들에게 상식 이하의 폭력을 휘두른 교수들은 앞으로 교육을 입에 담을 자격도 없다"고 흥분했다. 그는 이어 "몇몇 교수들은 계단에 넘어져 바닥에 깔려 있는 학생의 허벅지를 밟았다"며 "반드시 폭력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29일 오전 10시 교내에서 교수들의 학생 폭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또 총학생회는 지난 10일 학생총회 예정 장소인 동인관이 폐쇄돼 체육과 학생들이 수업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가 컸다며 학교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다는 방침이다.

 
▲ 이날 충돌로 허벅지와 발목을 크게 다친 이 학교 문예창작학과 2학년 전아무개씨는 119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겨졌다.
ⓒ 동덕여대 총학생회
 
학교 쪽은 이날 학생들과의 충돌에 대해 "별 것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학교 쪽은 지난 27일 밤부터 외부인이 총장실에 있는 것을 알고, 12시간을 기다린 끝에 외부인을 발견해 그의 신분을 확인하려 했다는 것. 그러나 그는 도망쳤고 교수들이 그를 붙잡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태준 부총장은 "중요한 서류들이 보관돼 있는 총장실에 외부인이 무단으로 들어가 있는데 신분 확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며 "총장실에서 나온 외부인에게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그가 거부해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장에 있던 이아무개 교수도 "학내 문제에 외부에서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더구나 외부인이 총장실에 들어간 것은 업무 방해고 불법 침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더니 붙잡아 동행시켜달라고 해서 경찰이 올 때까지 그가 도망가지 못하게 손목만 붙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동덕여대는 28일 밤 본관 2층 대회의실에서 김태준 부총장 주재로 교수회의를 열어 학내 사태와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교수들은 학내 여론을 더 수렴을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으며, 이 같은 뜻을 손봉호 총장에게 보고했다. 또 29일부터 총장실을 인문관으로 임시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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