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의 시국행사’ 관련 조중동 보도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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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의 시국행사’ 관련 조중동 보도 논평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8.07.04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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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종교계의 참여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6월 30일 천구교정의구현사제단은 시청 광장에서 시국미사를 열고 이명박 정부의 회개와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했다. 10만 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이날 미사와 거리행진은 평화적으로 끝났다. 시민들은 사제단 덕분에 촛불집회가 평화를 되찾았을 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선에 지친 국민을 위로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촛불 끄기에 혈안이 되어 있던 조중동은 천주교를 비롯한 개신교, 불교 등 성직자들의 잇따른 시국 행사 계획에 당황하고 있다.
1일 중앙일보가 사설을 통해 시국 행사에 나선 성직자들을 비판하고 나섰고, 이어 2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그 뒤를 이었다. 조중동은 입을 모아 ‘독재시절도 아닌 지금 종교계가 나서는 것은 반정부투쟁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성직자들을 비판했다.

중앙일보 7월 1일 사설 <성직자들이 불법 부추기는 모양새는 안돼>
서울시청 앞 광장은 경찰이 불법집회를 원천 봉쇄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 시위대와 유사한 주장을 하면서 종교 집회를 여는 것이 문제다. 시위대의 집결 장소를 제공하고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결국 반정부 투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지 않겠는가? 종교 단체로서 이런 결과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 정부가 독재 정권인가, 지금이 국민의 기본권이 유린되는 비상사태인가. 성직자들이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것을 기대한다.

조선일보 7월 2일 사설 <종교와 정치>
사회의 숨구멍이 막혀버린 그 시절 종교와 종교인이 나섰다. 종교밖에 나설 곳이 없었고 종교가 나서야 할 때였다. …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국회의원의 입을 봉해 국회를 무력화시켰는가, 학교가 문을 닫았는가, 언론의 입이 강제로 틀어 막혔는가, 시와 소설이 불온하다며 인쇄를 금지시키는가. 물론 종교도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발언은 때와 장소의 논리에 맞는 발언이어야 한다. … 종교인이 복잡한 정치·외교·경제·사회 문제들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하다 발을 헛짚게 되면 종교의 권위는 어찌 되겠는가.

동아일보 7월 2일 사설 <국가 정상화 위해 국민이 거짓과 선동 물리쳐야>
정부가 불법 시위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자 성직자들이 대신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시국미사를 명분으로 시위를 거들고 나선 것은 유감이다. 성직자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신중해야 하고 국민에게 오직 진실만을 보여줘야 한다. 사제단이 반정부적 폭력성을 드러낸 촛불시위를 비호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동력을 살려주기 위해 애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본분에 어긋나는 일이다. 개신교와 불교계의 일부 진보단체가 시국기도회나 법회를 열겠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조중동은 일반 기사에서도 성직자들의 시국 행사를 깎아 내렸다.
2일 조선일보는 4면에 <궁지몰린 시위대, 종교계에 “SOS”>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종교계가 나선 것은 대책회의가 촛불집회를 살리기 위해 시국행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라며 “사제단이 민주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에 대해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든 것은 종교단체 활동의 한계를 넘은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6면에 <종교단체들도 ‘촛불’ 앞에 갈라지나>라는 기사를 싣고 사제단을 비롯한 종교단체들의 시국행사를 또 다시 ‘진보-보수의 대립’ 틀에서 다뤘다.
중앙일보도 5면에 <지도부 숨자 종교단체가 시위 주도>라는 기사를 싣고 “진보 성향 종교단체가 미국산 쇠고기 반대시위의 중심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지도부가 수배된 이후 현재 대책회의가 와해 상태”, “구심점이 없어진 시위대를 사제단이 이끌고 있는 셈”이라는 경찰 관계자의 주장을 실었다. ‘촛불 정국’이 특정한 지도부 없이 전개되어 왔다는 사실을 끝까지 부정하면서 운동권 지도부가 와해되자 사제단이 ‘새 지도부’로 나섰다는 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종교계와 성직자들의 현실 참여에 대한 조중동의 이같은 보도태도는 ‘이중잣대’, ‘말바꾸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참여정부 시절 일부 개신교계와 성직자들은 사학법과 국가보안법, 전시작전통제권 등의 정치적 이슈를 놓고 그야말로 ‘정권퇴진’을 불사하는 격렬한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당시 조중동이 이들을 향해 “지금이 독재정권 시절이냐”, “반정부투쟁을 부추기는 거냐”, “성직자는 말 한마디도 신중해야 한다”는 등의 비판을 한 것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사학법을 놓고 벌이는 일부 종교인들의 반발을 자세히 전달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복종 투쟁”, “건학이념 지키기” 등으로 미화하고 부추겼다. 정부에 대해서는 종교계의 목소리를 수렴하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2005년 12월 10일 <사학연 “헌법소원 제기하겠다”>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9일 국회에서 통과되자 한국사학법인연합회 등 사학단체들은 “부당한 법률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 종교단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개정 사학법은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없도록 사학에 사형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기대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학들의 투쟁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기총은 10일 오후 5시 반 서울시청 앞에서 개최할 예정인 ‘북한 인권’ 관련 집회를 사학법 개정 규탄과 대정부 투쟁 집회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2005년 12월 15일 사설 <사학법 파동, 정권퇴진 운동으로 번지나>
사립학교법 개정 파동이 자칫하면 종교계의 조직적인 ‘노무현 정권 퇴진 운동’으로 번질 조짐이다. … 지난날 반독재 투쟁 과정에서도 종교적 관용을 중시해 온건한 방식으로 주장을 펴 왔던 가톨릭 측이 정권 퇴진 운동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도 불사하겠다는 것은 헌정 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가톨릭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새 사학법은 사립학교가 이 땅에서 수행했던 사회적 역할을 무시하고 그 권한과 명예를 탈취하는 것이며 사학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읽을 때다. 사학법 반대를 일부의 ‘기득권 지키기’로 몰아세우는 선전 공세로 사학계와 종교계를 누를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할 국면이 아니라고 우리는 본다. 정권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도전이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일보 2006년 9월 4일 <향군·한기총 등 대규모 집회>
재향군인회(향군)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200여 개 안보·시민·종교 단체가 2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단독행사 추진 중단과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개최한 ‘대한민국을 위한 비상구국기도회 및 국민대회’에는 늦더위에도 불구하고 20여만명(경찰추산 5만명)이 참가,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웠다.

조선일보 2006년 1월 5일 <목사 7000명 ‘사학법 반대’ 구국기도회 연다>
개방형 이사(외부 이사)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한 종교계와 사학(私學)의 반발이 다시 거세질 조짐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각 교단과 기독교사학수호긴급대책협의회, 기독교학교연맹, 기독교학교연합회는 오는 19일 오후 서울 영락교회에서 전국 개신교 교회의 담임목사 7000여명과 평신도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립학교법 반대 비상구국기도회를 개최하고 1000만명 서명운동 동참을 선언할 계획이다. 담임목사와 신도들은 기도회가 끝난 후 십자가 거리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중앙일보 2005년 12월 15일 <사학법, 종교계 반발 경청하라>
종교계가 사회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이견을 제시하며 정권 퇴진을 거론한 적은 드물다. 그만큼 사학법 독소조항의 폐해가 엄청나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와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는 대통령이 사학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와 여당은 4대 개혁법의 하나인 사학법을 처리했다고 기고만장하지 말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사학들이 법률 불복종운동에 돌입하면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종교계와 사학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거부권 행사, 재입법 등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중동이 필요에 따라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말바꾸기’를 일삼는다는 것은 이제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종교계의 시국 행사에 대해 또 다시 ‘이중잣대’를 들이대며 이명박 정부의 회개와 반성을 촉구하는 종교인들을 비난하고 있다. 이런 조중동의 태도에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지난 두 달 동안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국민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외쳤지만 이명박 정부는 폭력 진압으로 응답했고, 공안기관까지 동원해 언론통제에 나섰다. 시민들이 시국 미사에 환호한 이유는 사제단이 시민들의 고통을 품어 안고, 성직자의 양심과 권위로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성직자들의 이런 목소리에 최소한 침묵하는 예의는 지켜야 한다. 조중동은 이 정도의 예의도 갖출 수 없단 말인가?


2008년 7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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