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신문 끊을 권리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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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신문 끊을 권리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8.07.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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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쇠고기’에 대한 조중동의 왜곡보도에 분노한 독자의 신문 구독 중단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6월 4일 언론단체들이 발족한 ‘신문 불법경품 공동신고센터’에도 독자들의 신문구독 중단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문지국들이 독자들의 신문 절독 요구를 묵살·거부하고 심지어 협박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이에 우리단체와 전국언론노조는 7월 10일 오전 11시 프레스센터 7층 레이첼카슨룸에서 <토론회 ‘독자의 신문 끊을 권리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열었다.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정연우 민언련 상임대표는 “평소 시장논리를 강조해 온 거대신문들이 신문시장에서는 오히려 시장논리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시장논리는 소비자의 자유로운 의사선택을 전제로 하는데 조중동은 불법경품으로 시장질서를 망가뜨리고 소비자의 자율적인 선택권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대표는 “오늘 토론회에서 소비자의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법을 찾아 신문시장에서 시장논리를 회복시키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고 말했다.

서정민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발제를 통해 그동안 ‘신문 불법경품 공동신고센터’에 접수된 일선 지국들의 독자 권리침해 유형을 정리해 발표했다. 독자들이 겪는 권리침해는 △불법경품과 무료구독료 반환 요구 △집에 찾아와 협박하기 △경품과 무료구독으로 합의없는 약정기간 연장 △본사와 지국 간 책임 떠넘기기 △신문 강제투입 등이다.

현재까지는 신문 구독 중단시 지국에서 요구하는 불법경품 비용 반환요구에 대해 판례 등 판단기준이 없다. 이에 대해 서 국장은 “지난 6월 23일 방송된 SBS 에서 ‘불법경품 값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판정이 변호사들의 다수의견을 이뤘다”는 점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 국장은 “신문구독 중단과 불법경품 반환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독자가 신문을 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약정기간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절독처리를 한 뒤 경품비용 반환문제는 따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종천 변호사도 서 국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김 변호사는 “경품 제공이 이후 신문 유료구독과 대가관계에 있을 경우에 경품반환의 논리가 성립되는데 경품제공은 신문구독의 대가관계로 볼 수 없다”며 “신문구독에 따른 반대급부는 구독료”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계약의 위법성을 이유로 경품비용 반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도박 빚이나 불륜관계 유지의 대가 등 반사회적인 행위에 기반한 계약일 경우 반환하지 않아도 되지만, 행정질서 위반사유인 불법경품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판례 등이 없어 판단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독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구독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구독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기간을 정하지 않은 신문구독으로 해석해 언제든지 절독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공정위가 신문구독계약에 관한 표준약관 등을 제정하는 것을 검토해 보자고 주장했다.

조영수 민언련 대외협력부장도 신문구독과 계약해지시 구체적인 기준 마련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조 부장은 “구독계약 표준약관의 기준으로 신문협회의 표준약관 수준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신문협회의 표준약관에 의하면 1년 구독을 전제로 제공한 무료기간의 구독료에 대해 유료 구독기간이 6개월 이내인 경우 2개월, 6개월을 초과한 경우 1개월 구독료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또 2개월 초과 무가지 제공, 경품 제공 등 부당판매 서비스의 경우에는 보상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신문사들은 신문협회의 표준약관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임은경 YMCA소비자팀장은 “일부 지국들이 독자들의 가정을 방문해 행패를 부리는 사례 등은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신문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팀장은 “현재 신문시장이 혼란스러운 원인은 공정위의 책임”이라며 “일부 신문지국들의 위반 사례를 정리해 공정위에 제소해 직권조사를 요구하거나, 청약철회 위약금 금지 청구 소송 등을 검토해 보자”고 제안했다.

다음 카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의 한서정 회원은 “신문을 끊는 독자의 권리가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않아서 현실적으로 독자들 입장에서는 ‘안주고 버티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시민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한서정 회원은 “신문사 본사가 일선 지국에 대해 부리는 횡포도 많다고 들었다”며 “독자와 지국간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말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 국장도 “지국에서 신문 한 부 확장할 때마다 그에 따른 본사의 포상이 뒤따른다”며 “지국-독자의 대결구도로만 사안을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서국장은 “본사도 불법경품의 존재를 인정하는 만큼 절독과 불법경품에 대한 책임을 본사에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구독계약 표준약관에 대해서도 “신문협회 약관에 강제성을 부여하든, 공정위가 나서 표준약관을 마련하든 시급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공정위의 직무유기를 질타했다.

아울러 서 국장은 “독자들이 신문을 정상적으로 끊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앞으로 신문을 쉽게 구독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의 불법경품을 덫으로 한 독자권리 침해는 신문시장의 어려움을 가속화시키고 신문사 스스로 자멸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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