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는 '윤락녀' 꼬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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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윤락녀' 꼬리표
  • 이정하 기자
  • 승인 2007.06.15 0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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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상담센터 태부족...지원시설 확보 절실

성매매 근절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방침에도 경기도 내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인 파주(용주골 및 법원 20호), 수원(역전), 성남(중동), 평택(삼리), 동두천(생연리) 등은 오히려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 성매매집결지 및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대거 경기지역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 그런데도 해당 지자체들은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데일리경인>은 도내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현황 및 문제점을 알아보고 성매매 행위 근절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

1. 도내 성매매 집결지 실태 및 현황
2. 도내로 몰려드는 성매매 종사자
3. 성매매 집결지는 필요악?
4. 종사자 지원 프로그램 절실
5. 성매매에 대한 인식 변화 및 대안

성매매집결지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흔히 '윤락녀'나 '창녀' 등으로 일컫는다. 이는 "윤리적으로 타락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동시에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해 이들의 재활을 가로막고 있다. 탈성매매 여성들의 가장 큰 고충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 족쇄에 있다. 성매매로부터 벗어났지만 사회적 시선은 아직도 '윤락녀'에 불과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성매매집결지나 퇴폐성매매업소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일례로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서 노래방 도우미를 하는 ㄱ(28)씨. 지난해까지 인천 숭의동(일명 옐로우하우스)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다 선불금 1000여 만원을 모두 갚고 난 뒤 작은 봉제공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중 성매매 종사자라는 것이 들통났다.

동료들의 싸늘한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나온 ㄱ씨는 "죽고 싶었다. 하루하루 그들의 시선을 견뎌야하는 것은 변태스런 남성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어렵고 눈물나게 했다"며 울먹였다. 참다못해 뛰쳐나온 ㄱ씨는 "이 생활에서 탈피하고 싶지만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ㄱ씨의 경우는 탈성매매 여성뿐만 아니라 성매매 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나 명분뿐인 지원이 아니라 사회적 통념 극복과 재활 의지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들을 돕기 위한 경기도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기도 내 성매매 피해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상담센터는 평택 '현장상담센터'(4명), 성남 '열린'(5명), 의정부 '두레방'(5명), 파주인권센터 '쉬고'(5명) 등 4곳에 상담지원 활동가 19명에 그치고 있다. 또 성매매 피해자들이 재활하도록 지원하는 시설도 평택새움터, 경원열린터, 봄뜰, 동두천시자활지원센터 등 4곳에 불과하다. 특히 수원의 경우 성매매 집결지에 72곳의 업소가 있고 종사자만 200여 명 이상이지만 상담센터나 지원시설은 전무한 실정.

수원 여성의 전화 부설 '어깨동무'(설립 예정)가 상담 등 지원활동을 준비하고 있지만 재정 및 시의 적극적 지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성매매 피해자 지원단체들이 적은데다 지자체들의 소극적 대처로 예산지원 및 성매매 관련 전문 인력도 재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여성시민단체들은 선불금이나 금전적인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법률지원이나 거주지원 등이 뒤따라야 하고 취업지원 및 기술교육으로 일자리 제공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정부 및 지자체들이 지원단체 및 시설의 예산지원을 늘리고 다각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깨동무' 최영옥 센터장은 "대안없는 성매매집결지 폐쇄는 성매매를 근절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피해여성들의 낙인을 재확인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며 "피해 여성들에게 직접 접근하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성매매 여성들의 심리치료 및 정신치료 등을 통해 성매매로 인한 정신적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시키고 향후 재활의지를 확고히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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