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척결에 관심 없는 대통령, 권력형 부패는 당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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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척결에 관심 없는 대통령, 권력형 부패는 당연지사
  • 이대희 기자
  • 승인 2008.08.14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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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척결에 관심 없는 대통령, 권력형 부패는 예견된 일 아니던가?

지난 8일 한나라당의 유한열 고문이 수 억 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긴급체포되었다. 이번 사건은 정치권 인사가 기업체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고, 국방부 전산장비 납품이 이뤄지도록 정치권 실세 및 관계기관에 금품 로비를 시도한 사건으로 전형적인 ‘권력형 부패’에 해당한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의 금품 살포와 대통령의 처사촌언니인 김옥희씨의 공천금품로비 사건에 이어 터진 사건으로 다시 ‘권력형 부패’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런 권력형 부패 사건은 대통령의 부패 척결에 대한 무관심에서 이미 예견된 바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대통령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다. 로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수 억 원을 나눠가진 것으로 알려진 세 명은 이명박 대통령이 총재를 맡은 적이 있는 ‘아시아․태평양 NGO 한국본부’ 부총재 이승준씨, 이명박 후보 정책특보라는 김재현씨,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 간부 한덕영씨로 모두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 진영에서 역할을 담당했던 사람들이다. 한편 로비의 대상이었던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실세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권력주변의 정치인들이 기업과 권력 핵심의 정치인들 사이에서 기업에 특혜를 주도록 하는 로비를 벌였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권력형 부패’ 사건이다. 선거 캠프 주변에 모인 사람들과 인수위원회 자문위원회 명단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권력형 부패 사건이 터질지 상상하기 두려울 지경이다.

로비의 대상이 되었던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의원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의 처신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맹형규 정무수석은 지난 1월 28일, 유한열 고문을 만나고, 3월에 문제가 불거졌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최근 언론이 취재에 나서자 부랴부랴 수사의뢰를 하였다. 공성진 의원은 청탁을 받은 뒤 실제 전자장비 납품을 담당하는 국방부차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면 보고를 요구하고, 비서를 국방부에 보내는 등 로비와 압력행사로 볼 만한 행동을 하고도 본인은 이 불법로비 사건과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검찰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제로 이들 사이에 금품을 오고갔는지, 압력 행사를 했는지 밝혀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유한열씨를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근본적인 대책 없이 상황을 모면하기에 급급하여 ‘꼬리 자르기’, ‘의혹 차단’ 식으로 대응하는 것에 속아 넘어 갈 국민은 없다. 지난 한 두 달 사이에 밝혀진 한나라당의 대형 부패사건은 무려 세 개다. 적당히 사과하고, 형식적으로 당 윤리위에 회부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왜 권력형 부패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지 뼈아프게 성찰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천하를 얻은 듯이 “이제 정권을 잡았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는 영원히 원조부패당의 오명을 벗을 기회가 없다.

무엇보다 정권 초기부터 권력형부패가 거듭 터져 나오는 근본 이유는 부패척결에 대한 대통령의 외면과 무관심 때문 아니겠는가? 일례로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반부패기구인 국가청렴위원회를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폐합하여 사실상 공중분해 시켰다. 나아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인수위와 새 정부 정책 그 어디에도 ‘반부패’나 ‘청렴’ ‘투명성’을 강조하는 정책은 없다. 부패나 비리 문제에 대해 최고 권력자가 관심이 없으니 어느 공직자, 어느 부처가 이에 대해 관심 갖고 대책마련에 나서겠는가? 상황이 이러하니 청와대가 권력형 부패가 무럭무럭 자라날 온상을 마련해준 것이나 진배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지경이다. 청와대는 김옥희 사건 등을 단순 사기사건으로 치부하고 있다. 이런 청와대의 안이한 인식은 향후 더 큰 친인척비리와 측근비리를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청와대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이번 사건을 비롯한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등 권력실세와 연루된 사안들에 대해서는 더 엄하게 그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권력형부패의 발본색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법과 원칙은 이럴 때 사용하는 말이다.  / 참여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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