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씨는 ‘KBS 사장’이 아니다
상태바
이병순 씨는 ‘KBS 사장’이 아니다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8.08.26 2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26일) 이명박 대통령이 이병순 씨를 ‘KBS 사장’으로 임명했다.
지난 5일 감사원이 KBS 이사회에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을 요구한지 20일만의 일이다. 그 동안 감사원과 KBS 이사회,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정연주 사장을 축출하는 과정은 ‘초법’이었고, 새 사장을 임명하는 과정은 ‘졸속’이었다.
친한나라당 이사들이 장악한 KBS 이사회는 감사원의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 요구’가 나오자마자 3일 만에 초법적인 ‘해임제청’을 의결했고,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3일 만에 초법적인 ‘해임권’을 행사해 정 사장을 쫓아냈다. 정연주 사장이 해임된지 3일 만에 KBS 이사회는 사장 모집 공고를 냈고, 다시 3일 뒤인 17일 최시중, 이동관, 유재천씨 등은 밀실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김인규 카드’를 대신할 인물을 논의했다. 이로부터 4일 뒤인 21일 KBS 이사회는 사장 후보를 5명으로 압축했고, 25일 이병순 씨를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 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누구를 임명한들 그는 KBS 사장으로서 인정받을 수 없다. 정연주 사장을 쫓아낸 것 자체가 초법적이며, 누가 ‘새 사장’이 되던 그는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을 위한 대리자일 뿐이다. 이병순 씨 역시 마찬가지다. 이 씨는 낙하산 논란으로 스스로 ‘사장 공모 포기’를 선언한 김인규 씨, 17일 ‘대책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시 ‘쓸 수 없는 카드’가 되어버린 유력후보 김은구 씨를 대신한 인물일 뿐이다.
수구보수세력들은 이병순 씨가 KBS 기자로 출발해 지금까지 KBS에 몸담아온 ‘KBS 인사’라는 점을 부각하며 그가 ‘낙하산은 아니다’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의 ‘출신’이 아니다. 그를 ‘낙점’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의 사장 선임 과정이 정당한 절차인지 아니면 권력의 의중에 따른 것인지가 핵심이다. ‘KBS 출신’ 운운하며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세력들은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세력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조중동 수구보수신문은 이병순 씨의 사장 임명으로 KBS 장악에 성공했다고 착각할지 모르겠다. 이미 한나라당과 수구보수신문들은 ‘이병순의 KBS’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편파방송에서 벗어나 공정한 방송을 만들라’며 ‘친한나라당 방송’, ‘친이명박 방송’을 종용하는가 하면 KBS 2TV 민영화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사리에 맞지 않게 무리수를 쓰면 그 후과를 치러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이명박 정권과 수구보수세력들이 ‘KBS 사장을 바꿨으니 이제 KBS를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순간에도 그 이치는 작동하고 있다.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고 이병순 씨를 새 사장으로 앉히기까지의 과정은 이명박 정권과 그 주변에서 부역하는 인물들이 얼마나 염치없고 ‘기본’없는 사람들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KBS를 장악해 보겠다며 스스로 본질을 폭로한 이명박 정권의 행태는 어느 순간 엄청난 후과를 치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로 ‘새 사장’을 맞게 된 KBS 내부의 양심적인 구성원들에게 당부한다.
KBS를 지키겠다고 나선 시민들의 힘을 믿고 이명박 정권의 초법적인 KBS 장악 시도에 끝까지 맞서 달라. 아울러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을 지키고, 양심과 소신에 따라 보도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해 달라. 그래서 국민들에게 이명박 정권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방송내용을 장악하지는 못한다는 믿음을 갖게 해 달라. KBS 내부가 공영방송의 구성원으로서 명예를 지키고자 나섰을 때 KBS를 지켜주겠다는 국민의 힘도 더욱 커질 것임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우리도 KBS 내부의 모든 양심 세력들과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공영방송을 지키는 데 끝까지 함께 할 것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2008년 8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