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9시뉴스’의 기능을 잊어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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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9시뉴스’의 기능을 잊어버렸나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8.09.2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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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BS의 이상한 뉴스배열, ‘이승엽 홈런’을 ‘미국 구제금융’ 보다 우선 다뤄

21일 KBS 보도는 KBS 보도국의 ‘기사가치 판단력’을 의심케했다([표]참조). 이날, MBC와 SBS는 미국 정부가 의회에 7천억 달러 구제금융 승인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KBS는 이 소식을 9번째 꼭지로, 그것도 단 한건 보도하는데 그쳤다. 반면, 주말 풍경을 스케치한 기사를 첫 번째 꼭지로 보도했으며, 각종 사건사고 보도와 이승엽 선수 홈런소식을 더 앞서 다뤘다. 보도내용에서도 KBS는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승인 요청 사실만 단순 보도했다. 반면 MBC와 SBS는 이 같은 조처가 향후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다뤄 차이를 보였다. MBC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를 모델로 삼으려는 우리 정부 역시 신중한 검토와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KBS는 21일 헬기를 타고 주말풍경을 스케치한 보도를 첫 번째 꼭지로 내보냈다. 이어진 보도는 중국의 멜라민 파문과 관련된 내용이었고, 다음으로는 마라톤 교통사고 등 사건사고 보도였다. 이날 국제 금융가의 주요 이슈였던 미국의 7천억 달러 구제금융 승인요청은 9번째 꼭지로 다뤄졌다. 심지어 이승엽 선수가 일본에서 홈런을 쳤다는 소식을 이 보다 앞서 보도했다.
반면, MBC와 SBS는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승인요청 소식을 첫 번째 꼭지로 다뤘으며, 관련 내용을 두 꼭지 더 다루는 등 주요하게 보도했다. MBC는 주말풍경 스케치 보도를 8번째 꼭지로 다뤘고, SBS는 6번째 꼭지로 내보냈다. 두 방송사는 이승엽 선수의 홈런 소식은 다루지 않았다.

미국의 구제금융을 다룬 보도내용에서도 KBS는 MBC, SBS와 차이를 보였다.
KBS는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승인요청 사실만을 보도하는데 그친 반면, MBC와 SBS는 미 정부의 구제금융 승인요청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과 과제 등을 다뤘다.
MBC는 <수출타격 우려>에서 “미국이 지갑을 닫으면 자동차와 전자제품 같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산업은 곧바로 타격을 입게 된다”며 “우리 기업들은 단기적인 세계 경기 불황에 대처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수출시장 다변화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대형 투자은행 설립과 금융시장통합 추진 등 미국식 금융 자본주의를 모델로 삼으려는 우리 정부 역시 신중한 검토와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SBS는 <실물경제 위축 경고>에서 금융시장을 점검하며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 하락은 소비감소를 유발하고, 이는 투자와 고용, 도 소득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코트라는 미 금융위기 여파로 내년부터 전세계 주요국 시장이 본격적으로 타격을 입게 돼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전망했다”며 “이번 금융위기는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지만, 그 뒤를 이을 실물 부분의 경기침체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2. 방송3사, 대통령의 ‘규제완화 독려’ 무비판적으로 전달

지난 20일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부처 장관과 참모를 긴급소집 해 미국 금융위기와 관련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금산분리법 등 규제개혁법안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금융위기 사태로 인해 미국이 금융시스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고, ‘시장 불개입’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금융규제를 허무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방송3사는 지금 시기 ‘규제완화’가 얼마나 합당한 조치인가에 대해 제대로 짚어보지 않았으며, 대통령의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MBC가 금산분리완화 정책과 관련한 해설성 보도를 내보냈으나 이 역시 찬반양측 의견을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

KBS는 <‘기민하게 대응해야’>에서 대통령이 대책회의를 소집했다는 소식과 함께 “이 대통령은 금산분리완화법안 등 규제개혁법안의 신속한 처리도 당부했다”고 전하는데 그쳤다.
SBS도 <“돌발상황에 기민대응”>에서 이 대통령이 “금산분리 완화법안 같은 규제개혁 법안이 신속히 처리되도록 당정간 협력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단순전달 했다.
MBC도 <“기민하게 대응하라”>에서 “국내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 제한을 푸는 금산분리완화법 등의 규제개혁 법안들도 빨리 처리되도록 당정간에 협조하고 행동으로 옮기라”는 대통령의 발언을 단순전달했다. 그나마 이어진 <대기업이 은행 인수?>에서 금산분리완화 법안을 중심으로 다뤘으나 찬반입장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보도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포기를 거론하며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산업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을 팔아야 하는 정부로서는 입장이 난처해졌다”, “그래서 대기업도 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부에게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전했다. 이어 “금산분리를 완화해서 대기업이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인터뷰를 싣고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화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며 김상조 교수의 반대 인터뷰를 실었다. MBC는 “좌고우면하지말고 적기에 정책을 추진하라는 대통령의 당부에 따라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된 법안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

3. KBS, 국회의 ‘숙청인사’ 질의 제대로 보도 안해

지난 17일 밤 KBS는 방송장악 반대 활동을 해왔던 사원들과 스페셜팀, 탐사보도팀의 기자, PD 등을 한직으로 내쫓는 ‘숙청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방송3사는 그동안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19일 KBS 이병순 사장이 국회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결산심사에 출석하자 ‘숙청인사’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MBC와 SBS는 각각 <‘보복인사’ 공방>, <‘인사’ 놓고 설전>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이 보도들은 ‘숙청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의 질문과 정연주 전 사장을 흠집내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문을 나란히 전달하는데 그쳤다.
KBS는 이병순 씨의 국회출석을 단신으로 보도했는데, 그나마 이병순 씨가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19일 KBS는 <KBS 결산심사>라는 단신보도에서 “이병순 사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수신료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며 KBS 2TV를 유지하며 공영성을 강화하는 것이 KBS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숙청인사’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연주 전 사장 재임시절 일부 KBS 프로그램에 편향성 문제를 제기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실시된 KBS 인사가 보복성 인사 아니냐며 해명을 요구했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MBC는 <‘보복인사’ 공방>에서 “야당 의원들은 정권의 방송장악과 관제사장 의혹을 제기한 KBS 사원행동 소속 기자, 피디들이 절반이나 포함됐다며 보복 인사 의혹을 제기했다”, “정권 비판적인 프로그램 팀장들을 비제작부서나 지방으로 발령 낸 것도, 정권의 나팔수를 자임한 관제사장의 편가르기라고 몰아붙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은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기 앞서 구조조정부터 단행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여당은 또 이명박 정부와 보수 신문 공격에 보도의 절반 이상을 할애한 특정 프로그램을 집중 거론한 반면 야당은 청와대 경호실 성추행 보도 외압 의혹과 조계사 촛불테러 보도 누락 의혹을 제기하는 등 상반된 입장에서 KBS 보도의 편향성을 지적했다”고 여야 양측의 주장을 단순 나열했다.
SBS는 <‘인사’ 놓고 설전>에서 앵커멘트로 “방송 독립성 문제가 큰 논란이 됐다. 특히, 이 사장이 취임 이후에 단행한 평사원 인사 문제가 쟁점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야당 의원들은 ‘KBS 이병순 신임 사장이 자신의 취임에 반대했던 사원행동 소속 직원들에게 보복인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여당의원들은 ‘평사원 인사를 거론하는 자체가 정치 개입’이라고 반박하고, 정연주 전 사장의 경영실책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고 역시 여야의 주장을 나란히 전했다.

4. 경찰의 ‘유모차 부대’ 수사 KBS만 보도

경찰이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주부들까지 수사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경찰은 이 과정에서 주부들에게 남편의 직장과 직위를 확인하는 등 ‘협박성 발언’을 하는가 하면 법절차를 무시한 ‘겁주기’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에 대해 MBC와 SBS는 아예 보도하지 않았고, KBS는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


KBS는 20일 <‘유모차 부대’ 수사>에서 앵커멘트로 “경찰의 촛불집회 수사가 이른바 유모차 부대로 불렸던 주부들에게까지 확대되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며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는 “출두를 못하시겠다는 겁니까, 하시겠다는 겁니까 그것만 대라고. 다음주 중에 검사에게 영장을 발부받아 아무데서나 불시에 체포할 수 있다고... 협박이죠, 한마디로...”라는 ‘유모차부대’ 인터넷카페 운영진 중 한명인 양 모씨의 인터뷰를 전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따져보기 보다는 경찰 수사에 대한 상반되는 주장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유모차 부대에 대한 수사소식에 시민들은 경찰이 무리한 강압수사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도 경찰이 직권남용을 했다고 주장했고, 야당 역시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찰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소환을 통보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광우병대책회의는 오는 22일 경찰수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는데 그쳤다.


5. SBS는 우포늪 ‘습지훼손’ 보도하는데 KBS는 가시연꽃 절경만 보도

람사르 총회를 앞두고 세계적 습지인 우포늪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SBS는 지난 9일 이 같은 사실을 8시뉴스에서 지적한 바 있으며, 지난 21일에는 북한산 습지 역시 훼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KBS는 19일 <가시연꽃 만발>에서 우포늪의 대표식물인 가시연꽃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도했다.


KBS는 19일 <가시연꽃 만발>에서 “국내 최대 자연습지인 우포늪에 멸종위기종인 가시연꽃이 한가득 폈다. 10여년 만에 가장 많이 펴 장관”이라고 앵커멘트로 소개했다. 이어 “1억 4천만 년 전 탄생의 신비를 간직한 듯 넓고 고요한 우포늪. 온갖 수생식물들에 덮여 마치 초록빛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특히 올해는 멸종위기종인 가시연꽃이 10여 년 만에 가장 많이 펴 우포늪을 가득 메웠다”, “지름만 최대 2미터에 이르는 가시 연잎, 그 사이로 활짝 핀 자줏빛 연꽃이 신비로운 자태를 뽐낸다”며 우포늪 가시연꽃의 아름다움을 찬사했다. 화면 역시 우포늪의 고즈넉한 모습, 보랏빛 가시연꽃이 군락을 이룬 절경을 보여줬다. 인터뷰도 올해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가시연꽃이 많이 피었다는 습지해설사의 말을 전하는데 그쳤다.
반면 SBS는 지난 9일 <이상한 습지보호>에서 “람사르 총회 공식 방문지인 우포늪 습지보존구역 한켠에서는 공사가 한창”이라며 “인공습지를 만들어 우포늪의 야생초와 수생식물을 심어 체험단지로 활용하겠다는 것”, “이 때문에 습지 보존구역의 울창했던 식물들은 베어져 나갔다”고 전했다. 이어 생태체험관에 우포늪에서 자라지 않는 식물을 심어 “식물 분포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표본 구역으로 정한 방형구 5곳이 완전히 훼손”됐으며, “서울시가 예산 6억여 원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우포늪 진입로를 서울길로 지정하고, 서울시장의 인사말을 담은 표지판을 만들어 비난을 사고 있다”고 우포늪이 훼손되고 있는 상황을 보도한 바 있다. / 22일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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