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툭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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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툭튀
  • 우승오 기자
  • 승인 2015.10.0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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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툭튀’는 ‘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의 줄임말로 신화의 신혜성이 만든 신조어라고 한다. 밑도 끝도 없이 대화의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 느닷없이 튀어나올때 이렇게 꼬집는 모양이다.
 
표현 자체가 재미있어서인지 모 공중파 방송의 간판 개그프로그램에서도 ‘갑툭튀’라는 제목의 새 코너가 생겼다. 지난 주 첫 방송에서는 출연진들의 동문서답식 수사들이 방청객과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이런식이다. 출연진 중 유일하게 정상인 김나희가 레스토랑에서 A라는 음식을 주문했는데 B가 나온다. 또 김나희의 의사와 무관하게 B를 포장해 주겠다며 들고 가서는 C를 포장해서 갖다 주기도 한다.
 
송준근은 뜬금없이 김나희에게 "사랑해. 우리 결혼하자"고 청혼하고, "곧 남친과 결혼한다"는 김나희의 답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애는 천천히 낳아도 돼"라며 막무가내식으로 자기말만 하는 식이다. 방송 직후 네티즌들은 "오랜만에 신선한 코너 하나 나왔다", "진짜 갑툭튀 코너가 나타났다", "별거 아닌데 괜히 웃기네" 등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쏟아내는 각종 구호와 시책 중에도 그럴싸한 명분으로 겉포장은 했지만 찬찬히 뜯어보노라면 ‘갑툭튀’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때가 간혹 있다.
 
용인시의 경우 여성특별시가 그렇고, 태교도시가 그렇고, 줌마렐라 축구단이 그렇다. 셋은 여성우대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일관된 흐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태동한 과정을 보면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다.
 
마치 납품기일에 쫓겨 밤샘작업을 하며 제품을 찍어내듯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동시다발적으로 삽시간에 태어났다. 제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세상구경을 한 일삭둥이도 있고, 이삭·삼삭둥이도 있다.
 
인큐베이터에라도 들어가 제 달을 채우고 온전히 세상에 나와야 할 것 같지만 멀쩡한 양 울음을 터트린다. 여기에 보너스 하나 추가. 지난달 25일 출범한 ‘용인시체육홍보단’도 궤를 같이 한다.
 
용인시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여성자원봉사자 50명으로 구성된 체육홍보단을 운영함으로써 밝고 역동적인 젊은 사람들의 용인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느닷없긴 마찬가지다.
 
고이지 않은 생각을 쥐어짜는데는 한계가 있다. 충분한 사전검토작업을 거치지 않은 시책도 매한가지다. 이런저런 용인시의 시책과 구호가 개그코너 ‘갑툭튀’의 소재가 되지 않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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