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러니 시민들에게 쫓겨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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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러니 시민들에게 쫓겨나는 것이다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9.05.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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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국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봉화마을에는 이틀 동안 15만 명에 이르는 추모객이 다녀갔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시민들이 마련한 분향소에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져 3~4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분향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추모열기마저 경찰력을 동원해 통제하는 행태를 보였다. 23일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직후 시민들이 시청 광장에 분향소를 차리려하자 경찰은 광장을 봉쇄했으며, 이에 시민들이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차리자 천막을 빼앗는 ‘패륜’을 저질렀다. 뿐만 아니라 대한문 주변에 이른바 ‘물대포’까지 배치해 놓았다. 이후 경찰은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분향소는 허용하되 대한문 주변을 전경버스로 겹겹이 둘러싸 통행을 통제하는 한편 분향소 주변에는 전경들로 둘러싸 위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몇 시간씩 좁은 지하도에서 줄을 서서 분향을 기다려야 했고, 전직 대통령의 조문 행렬마저 두려워하는 이 정부에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라고 말해 놓고 시민들의 조문을 통제한 데 대해 분노가 컸다.
 
하지만 KBS와 SBS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움직임까지 통제하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KBS는 23일 <거리에 ‘분향소’>(범기영 기자)에서 “경찰이 분향소 천막을 압수하고 차벽으로 통행을 가로막으면서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며 사태를 ‘실랑이’ 정도로 다뤘다. 이어 “경찰은 한때 경찰 병력을 동원해 분향소 접근 자체를 완전히 가로막았지만 현재는 인도 일부를 열어 조문을 허용하고 있다”, “경찰은 조문객들이 추모제가 아닌 불법 집회를 할 경우 강제 해산을 시도할 예정이서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현장의 상황을 단순 나열하는데 그쳤다.
24일 <끝없는 조문 행렬>(조태흠 기자)에서도 “경찰은 혹시 있을지 모를 집단 시위를 막겠다며 시청광장과 청계광장 등을 계속 봉쇄하고 있다”며 “조문객들은 경찰이 과잉 대응하고 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격렬한 몸싸움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 “잠시 전에는 촛불을 든 추모객 100여명 가량이 시청 광장으로 옮기려는 과정에서 또 한 차례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몸싸움’과 ‘충돌’을 언급했을 뿐이다.
 
SBS도 마찬가지였다.
23일 <충격..추모물결>(장선이 기자)에서는 시민들의 추모행렬을 전하며 보도 말미에 “이 과정에서 분향소 설치를 놓고 경찰과 일부 네티즌들이 충돌을 벌이기도 했다”고 전하는데 그쳤다. 경찰이 분향소 천막을 빼앗았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단신 <서울 광화문-시청앞서 추모 거리 행사>는 “이 과정에서 경찰이 1천5백여 명을 동원해 분향소 주변 통행을 막아 일부 시민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24일 <긴장 속 추모>(이호건 기자)에서도 “경찰은 버스 30여 대와 천여명을 분향소 주변에 배치해 시민들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 추모행사가 대규모 집회로 번지는 것을 우려해서”라며 “이러면서 시내 곳곳에서는 경찰과 추모객 사이에 크고 작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달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MBC는 노 전 대통령의 추모행렬을 가로막는 경찰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다뤘다.
23일 <분향소 설치 경찰과 충돌>(이용주 기자, 송양환 기자)은 “임시 분향소를 설치하기 위해 준비한 천막을 경찰이 강제로 뺏으면서 충돌이 일어난 것”이라고 원인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어 “경찰은 전경 버스와 경찰 병력을 동원해 아예 덕수궁 주변을 에워싸고 시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며 “공권력 남용을 넘어서 너무 심하잖아요”라고 항의하는 시민 인터뷰를 실었다.
24일 <분향소 과잉통제 논란>(이호찬 기자)에서도 경찰에 가로막힌 분향소 상황을 상세하게 전달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조문하는데 사방을 차로 막고 전경들을 위압적으로 배치했다’는 등의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를 담았다.
이어 “출입 통제가 계속되자, 경찰청 홈페이지에는 공권력 남용이라며 비판하는 글이 실명으로 수백 여 건 올라왔다”고 전한 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강희락 경찰청장은 덕수궁 주변 전경과 의경들에게 낮에는 진압복 대신 평상복을 입고 근조 리본을 달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덕수궁과 시청 광장에 대한 출입 통제가 계속된다면, 이에 대한 비판 역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우리는 KBS와 SBS, 특히 ‘공영방송 KBS’에 묻고 싶다.
분향소의 천막을 빼앗는 경찰의 행위가 그저 몇몇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실랑이’를 벌인 것에 불과한 것인가? 앞에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운운하면서 뒤로는 시민들의 조문조차 틀어막고 통제하는 이 정권의 이중성은 비판거리가 못되는 것인가?
24일 새벽 KBS는 봉하마을의 조문 행렬을 보도하면서 조문객 수를 ‘300명’이라고 축소해 현장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고, 결국 중계차가 ‘쫓겨나는’ 처지가 되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우리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어느 때보다 높다.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과 검찰의 정치보복성 수사와 이를 ‘받아쓰기’하며 여론재판을 벌인 언론의 왜곡보도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여기고 있다. 조중동 수구족벌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KBS도 검찰의 ‘피의혐의 흘리기’를 앞장서 보도한 언론으로 꼽힌다. 심지어 ‘진보적 성향’이라는 매체들조차 ‘정치보복성 수사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이런 때 KBS가 조문객의 수를 축소보도하고 이명박 정부의 조문 통제 행태를 사실보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다. KBS는 이 분명한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입이 아플 정도로 말해왔지만 KBS가 두려워해야 할 존재는 이명박 정권이 아니라 국민들이다. 광장에 단 몇 사람이 모이는 것에도 벌벌 떠는 이 정권이 KBS는 그토록 무서운가? 공영방송 KBS가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박수 받는 방송이 될 것인지, 아니면 취재 현장 곳곳에서 시민들에게 쫓겨나는 굴욕의 방송이 될 것인지는 오직 KBS 구성원들에게 달려있음을 명심하라.
아울러 SBS에도 촉구한다. 공영방송 KBS가 정권 비판에 몸을 사리고, 나아가 정권 홍보에 열을 올리는 ‘덕분’에 SBS 보도의 문제가 덜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SBS가 사회 현안을 보도하면서 ‘KBS와 비슷하게’ 또는 ‘KBS보다 조금 낫게’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SBS의 미래도 결코 밝을 수 없다.
 
두 방송사는 지금 국민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이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보고,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보도를 해야 할 것이다. /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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