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친위병’들, 언론탄압으로 충성경쟁 벌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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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친위병’들, 언론탄압으로 충성경쟁 벌이나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9.06.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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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3일) 한나라당의 이른바 ‘친이명박’ 계를 중심으로 한 초선의원 40명이 공동성명을 내고 검찰의 < PD수첩> 기소와 관련해 “MBC의 제작책임자와 최고경영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실상 엄기영 사장의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PD수첩 죽이기’ 넘어 ‘MBC 길들이겠다’는 겁박
이들은 “지난 해 온 국민을 광우병 공포에 몰아넣고, 사회적 대혼란을 야기한 MBC PD수첩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왜곡과 과장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 PD수첩>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는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기정사실로 몰았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검찰이 공개한 김은희 작가의 개인 이메일을 다시 언급했다. 검찰의 인권침해 수사, 꿰맞추기 수사를 비판하지는 못할망정 자신들의 억지 주장을 강변하기 위해 또 한번의 인권침해를 저지른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함으로써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자행한 MBC PD수첩 제작진은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할 것”, “< PD수첩> 제작진의 취재와 보도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자체 정화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MBC의 제작책임자와 최고경영자는 응분의 책임을 질 것” 등을 요구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단체를 향해서도 “사과하라”는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심지어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YTN기자 출신의 김영우 의원은 “(엄 사장) 본인의 거취를 포함한 여러 가지 고려를 해주기 바란다”, “우리의 제언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의견표명이나 행동이 따를 것”이라고 겁박했다 한다.
 
‘국회의원’인가 ‘MB 친위병’인가?
우리는 이른바 한나라당 ‘친이계’라는 초선의원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묻고싶다.
지난 15일에도 ‘친이계’ 초선의원 48명은 당 안팎의 “쇄신 요구”를 찍어 누르고 대통령을 엄호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당시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국정 운영에 무한 책임을 지겠다”, “시국선언이 국론분열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등 쏟아지는 쇄신 요구를 비난하며 대통령의 ‘친위부대’를 자처했다.
그러더니 오늘은 < PD수첩>과 MBC를 공격하는 공동성명이 나오고, ‘선진화를 추구하는 초선모임(선초회)’이라는 모임까지 생겨났다. 이 ‘선초회’는 19명의 초선의원이 참여했는데, 창립선언문에서 “한나라당은 거짓선동과 불법폭력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수구좌파의 책동에 결연히 맞서기보다는 차기만을 생각하는 파워 게임에 골몰하고 있다”면서 당내의 쇄신 요구를 맹비난했다. 이것이 과연 ‘초선의원’들의 목소리인지 귀를 의심케 한다.
우리 정치가 아무리 문제가 많다 해도 많은 국민들은 ‘초선’이라는 말에 일말의 ‘신선함’과 ‘소신’을 기대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친위부대’를 자처하며 같은 당 의원, 언론, 시민단체, 야당 등 모든 비판세력에 맹공을 퍼붓는 일군의 ‘친이계’ 초선의원들에게서는 소신은 고사하고 ‘간신배의 세치 혀’가 떠오를 뿐이다.
 
< PD수첩> 깎아내린다고 MB정권 정당성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의 노골적인 ‘친위부대’ 노릇은 이 정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늘 나온 초선의원 40명의 공동성명도 마찬가지다.
성명을 주도했다는 ‘친이계’ 의원들의 의도는 뻔히 드러난다. < PD수첩>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명박 식’ 국정운영의 정당성을 회복하고 궁지에 몰린 이 정국을 돌파해보겠다는 것 아닌가.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다.
이명박 정권이 졸속적인 쇠고기 협상으로 출범 직후부터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고쳤다면 새롭게 출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권은 국민의 저항을 찍어 누르고 반대세력의 씨를 말리려다 민심의 이반을 불러왔고,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모든 게 ‘PD수첩’ 탓”이라는 강박증에 사로잡혔다. 나아가 < PD수첩> 보도의 정당성만 훼손하면 자신들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줄 착각하고 검찰을 동원해 ‘보복수사’에 열을 올렸다. 게다가 걸핏하면 ‘이전 정권’을 탓하고,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누리는 ‘인기’마저 시기해 ‘모욕주기 수사’, ‘먼지털기 수사’를 벌이다 국민적 불행을 초래했다. 이러니 국민의 마음을 잡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한나라당 의원이라 해도 민심의 동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권이 지금이라도 비판세력 탄압, 반대세력 탄압에서 벗어나 제 할 일을 하도록 ‘쓴소리’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일군의 ‘초선 의원’들은 오히려 정권의 언론탄압에 힘을 실으며 ‘PD수첩 죽이기’, ‘MBC 길들이기’로 나아갔다. 이런 행태를 대다수의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앞서 19일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검찰의 < PD수첩> 제작진 기소와 관련해 “이런 (조작) 사건이 외국에서 일어났다면 경영진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총사퇴해야 하는 상황”, “음주운전하는 사람한테 차를 맡긴 것이나 마찬가지”, “이쯤 되면 사회의 공기가 아니라 흉기” 등등 < PD수첩>을 맹비난하며 검찰에 힘을 실었다.
국민들은 오늘 40명 초선의원들의 성명 발표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단번에 알아챘을 것이다. 또한 이 정권이 얼마나 용렬한 집단인지, 한나라당에 ‘영혼’도, ‘소신’도 없는 초선의원들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수많은 국민들의 쇄신 요구를 묵살하고 ‘친위부대’를 방패삼아 비판세력 탄압, 언론 탄압에만 열을 올린다면 이 정권의 미래는 없다.
지금 이 정권이 귀 기울여야 할 것은 ‘친위부대’들의 달콤한 간언이 아니라 분노를 억누르며 이 정권이 바른 길로 가도록 질책하고 비판하는 국민의 충언이다. / 23일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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