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중앙정부 예산안이 심각히 우려스럽다. 오늘 언론보도(한겨레 8월10일자)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는 내년도 기초생활보장 예산을 올해보다 157억원 줄어든 3조 3,014억, 수급인원은 7천명 줄인 162만 5천명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하였다고 한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는 작년부터 닥친 경제위기로 인한 실업증가 등으로 빈곤층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복지부의 기초생활보장 예산요구액 삭감을 규탄하며, 내년도 중앙정부 예산에 빈곤층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 반영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기초생활보장예산은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에 소요되는 예산이며, 이 예산의 삭감은 국가가 국민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공공부조 제도의 마지막 안전판의 역할을 포기함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작년 경제위기로 인하여 실업률과 빈곤율이 치솟고, 정부통계자료로도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410만 명 선을 웃도는 현실에서, 제도의 보완을 통하여 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내놓지는 못할망정 수급예상인원과 그 예산 자체를 줄인 것은 이명박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시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겠다.
현 정부는 입으로만 서민정책을 지속적으로 말하여 왔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중도실용 친서민정책’을 천명한 이후, 지난 7월 9일에는 2010년도 각 부처 예산요구 현황을 발표하면서 ‘보건․복지․노동’ 예산을 올해보다 7.5조 늘인 82.1조원 규모라고 하였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는 올해 추경기준으로는 1.7조원 증가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복지예산을 축소한 것이며 나아가 그간 복지제도의 성숙으로 인해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요양보험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복지예산 축소의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러한 복지예산 삭감이 부자감세로 인해 줄어든 세수와 4대강 사업 등 삽질예산 선배정으로 인한 재정건전성을 빌미로 단행된 것이라면 정부의 복지마인드 부재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승합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수급대상에서 탈락한 이른바 ‘봉고차 모녀’ 사례를 들며 빈곤의 사각지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재래시장과 떡볶이 집을 찾는 등 ‘친서민’, ‘서민행보’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예산을 짜는 시점이 되자 아예 복지예산을 줄이는 이중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대통령의 서민행보가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려면 홍보나 이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법에 보장된 국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조차 예산논리로 재단하면서 겉으로 친서민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다시 한 번 정부의 기초생활보장 예산요구액 삭감을 규탄하며, 내년도 중앙정부 예산에 빈곤층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은 물론이며 경제위기하에 신음하고 있는 서민들과 노동자들의 복지제도에 대해 획기적으로 예산 배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앞으로는 기초생활보장 예산과 같은 국민의 기본적인 복지예산은 ‘짜 맞추기’ 배정이 아니라 빈곤층 생활수준과 규모에 따라 최우선적으로 선 배정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 10일 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