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못믿을 피치”에서 “경제회복 청신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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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못믿을 피치”에서 “경제회복 청신호”로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9.09.0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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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피치(Fitch)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2일 기획재정부가 밝혔다. 지난 해 11월 10일 피치는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로 한국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3일과 4일에 걸쳐 주요 신문들은 피치의 신용등급 전망 상향조정을 일제히 보도했다.
 
<한국 신용 전망 피치, 상향조정> (조선, 3일 3면)
<민간투자·소비 살아나야 경제 회복 실감난다> (조선, 4일 사설)
 
<피치, 한국 신용전망 상향>(중앙, 3일 1면)
<한국 경제위기 극복 곳곳에서 청신호> (중앙, 3일 4면)
 
<피치, 한국신용전망 ‘부정적->안정적’ 올려>(동아, 3일 1면)
<투자적격국 중 ‘신용전망’ 올린 곳은 한국뿐>(동아, 3일 3면)
 
<피치, 한국 신용전망 상향>(경향, 3일 3면)
<경기 회복세·남북관계 해빙조짐 ‘효과’>(경향, 3일 3면)
 
<피치, 한국신용등급 전망 올려>(한겨레, 3일 3면)
 
조선일보는 3일 보도에 이어 4일 <민간투자·소비 살아나야 경제 회복 실감난다>라는 사설을 싣고 피치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거듭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각종 경제지표를 언급하며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도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높였다”고 전했다. 이어 “작년 말 이후 피치가 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을 낮춘 37개국 중 등급 전망을 다시 높인 나라는 한국과 우루과이 두 나라뿐이며 투자적격 등급(BBB-) 이상 나라로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 노력을 편 점을 평가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설은 “안심하긴 이르다”며 “피치의 평가처럼 최근 경기 호전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고 앞당긴 효과가 컸다”, “민간부문의 투자·소비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조선일보가 경제 회복세를 진단하면서 피치의 전망을 의미있는 자료로 인용했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9월 4일자 사설
 
 
 
앞서 3일 중앙일보도 1면 <피치, 한국 신용전망 상향>, 4면 <한국 경제위기 극복 곳곳에서 청신호>를 싣고 피치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대처해왔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는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 경제위기 극복이 곳곳에서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동아일보 역시 1면 <피치, 한국신용전망 ‘부정적->안정적’ 올려>, 3면 <투자적격국 중 ‘신용전망’ 올린 곳은 한국뿐>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년간 한국의 경제회복 노력이 성과를 거뒀음을 국제적으로 공인한 것”이라며 “특히 투자적격 국가 중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신용등급전망을 올렸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피치의 발표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조중동의 이같은 태도는 지난 해 11월 피치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평가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낮추는 조치를 취했을 때의 보도와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천양지차’이다. 당시 조중동은 피치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11월 11일 조선일보는 <피치, 한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 정부 “한국 경제에 대한 과민반응” 반박>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일부 금융계 관계자들은 피치가 영국계임을 지적, ‘최근 영국 언론이 유독 한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11월 12일에는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실었다. <신용평가사의 신용은 몇 점? 피치, 경제지표 호전에도 등급은 강등 ‘이상한 판정’>이라는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영국계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10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돌연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을 두고 국내 금융·증권가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사실 피치를 비롯, 미국계 무디스와 S&P 같은 거대 신용평가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폭제가 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도 문제가 된 파생상품에 ‘우수’ 등급을 매기는 등, 시장 감시자는커녕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피치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 조선일보 2008년 11월 12일 B1면 기사
 
 
중앙일보도 11월 11일 <‘피치 평가’ 별 영향 없었다>에서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심리적인 영향은 있겠지만 눈에 띄게 불리해지는 것은 없다”면서 “피치가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3대 신용평가사 중 가장 영향력이 작은 곳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시장의 반응도 비슷해 ‘피치 쇼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11월 12일 <‘신용’ 떨어진 피치 신용등급>에서는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도마에 올랐다. 11일 국내뿐 아니라 외국계 증권사에서조차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며 피치의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1월 12일 기사 <[경제 카페] “美-유럽이 더 심각한데....” 납득못할 피치의 한국 신용등급>을 실었다. 기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증권사들이 영국계 피치의 신용등급 전망 조정에 대해 공개 반박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피치의 결정에 대한 반박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온 국민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한국 정부와 국민은 기분이 몹시 상하기도 했다”고 썼다.
이어 12월 10일에는 <[기자의 눈] “S&P-무디스-피치, 너희나 잘하세요”>를 싣고 “한때 아시아와 중남미 신흥국들에 ‘저승사자’로 통했던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최근 도처에서 ‘동네북’ 신세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해외 평가에 유난히 민감한 한국도 이제는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모습을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한국에 대한 신용평가사들의 부정적 평가에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동아일보의 주장처럼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적절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피치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보도하는 조중동의 태도를 보면, 이명박 정부에 불리한 평가를 내놓을 때는 피치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다가, 유리한 평가가 나오니 다시 ‘경제회복의 청신호’로 의미를 부각하는 등 일관성 없는 모습이다. (자세한 내용은 우리단체 2009년 1월 15일 조중동의 경제보도 기획모니터① <조중동, ‘정략’따라 180도 바뀐 국가신용평가 보도> 참고) <끝>
 
 
 
2009년 9월 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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