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아닌 ‘정책’을 보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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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아닌 ‘정책’을 보도하라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9.09.1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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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에는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뒤, 남대문시장 내 새마을금고 사무실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진행하는 등 이른바 ‘친서민 행보’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왕만두와 꿀타래를 사먹고, 손녀에게 줄 한복과 무화과를 샀다.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가격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철저히 감시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한편 이날 기획재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쇠고기 등 21개 품목의 가격을 매일 조사하고, 전기료 등 6개 공공요금의 원가를 조사해 2010년부터 공개하겠다는 등의 물가대책을 내놓았다.

그러자 방송3사는 일제히 이 대통령의 남대문시장 방문을 저녁 메인뉴스 앞머리에 배치하고 ‘친서민 행보’를 충실하게 부각해주었다.
KBS <뉴스9>는 세 번째 꼭지 <“물가 안정 최우선”>(이재원 기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추석 민생과 물가 점검을 위해 남대문 시장을 찾았다”며 대통령이 한복 등을 사는 장면, 이 대통령에게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비췄다. 이어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친서민 정책에 역행하는 가격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으라고 지시했다”며 관련 내용을 언급한 뒤, 대통령과 시장 상인들과 오찬 간담회 장면을 전했다.

바로 이어진 단신 <추석자금 11조원>에서는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가계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중소기업 등에 추석특별자금 11조 원을 빌려주고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근로장려금 5천6백억 원을 앞당겨 지급하기로 했다”는 등의 정부 대책을 단순 전달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다섯 번째 꼭지 <21품목 매일 관리>(박재훈 기자)에서 꿀타래를 파는 상인이 이 대통령에게 직접 꿀타래를 먹여주는 모습, 무화과 값을 받지 않겠다는 상인과 대통령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 등을 자세하게 비췄다. 이어 대통령이 “상인들과 함께 설렁탕 식사를 하며 서민 정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며 상인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전했다. “오늘 남대문 시장에는 이 대통령의 방문 사실이 알려지자 인파가 몰려 시장을 가득 메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비상경제대책회의 내용과 정부의 추석 물가대책 등을 전했다.

SBS <8시뉴스>는 세 번째 꼭지 <“추석물가 잡아야”>(손석민 기자)에서 이 대통령이 남대문 시장을 방문해 한복을 구입하고 상인이 입에 넣어주는 꿀타래를 먹는 모습 등을 비췄다. 또 ‘대통령님 사랑해요’라며 하트를 그리고 악수를 청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담았다. 이어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가격담합 등을 엄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정부의 추석물가 안정대책, 서민예산 5,490억 증액 등을 언급했다.
반면 방송3사에서 정부가 내놓은 물가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것인지를 진지하게 따져보는 보도는 어디에도 없었다. 식료품 가격이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하고, 엥겔계수가 8년 만에 최고로 높아졌다고 한다. 집값, 전세값은 치솟고 있다. 경기 부양책을 쓰고 있으면서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의 물가 대책에 대해서도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방송3사는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 발표를 그대로 전달하기 바쁘다. / 11일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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