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선생님이 급식비 신청에서 탈락한 학생들 때문에 10여일째 점심을 굶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김상곤 경기교육감 예비후보가 공개편지를 보내 화제다.
"부끄럽고 죄송합니다"라고 시작하는 이 편지의 수신자는 '차라리 내가 한끼 굶고 밥값을 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난 14일부터 10여일 째 점심 단식을 단행하고 있는 부산 북구 모중학교의 최은순 교사다.
편지에서 김상곤 예비후보는 오늘 지인이 선생님 이야기를 전하더군요. 그래서 선생님의 사연이 담긴 기사를 읽어봅니다. 천천히 글자 하나하나 보다가 "주눅 들어 서류를 내밀던 아이들의 눈빛이 떠올랐고 '상처를 더 줄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는 대목에서 잠시 가던 눈길이 멈춥니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상곤 예비후보는 이어 "선생님이 급식비 지원에서 탈락한 학생을 통보받는 순간 전 어디에 있었을까요"라며 부끄러움과 죄송스러움을 표했다.
또 교사와 학생이 만나고 소통하는 순간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이 교육감과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인데, "교사와 학생 사이에 미안한 마음이 오고가도록" 했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상곤 예비후보는 "선생님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무상급식이 번번히 좌절되었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보편적인 복지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편지에 새겨넣고 있다.
최은순 선생님께 보내는 공개편지는 "선생님 꼭 건강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힘내십시오"라는 말로 끝맺는다.
<편지전문>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최은순 선생님,
경기도의 김상곤입니다.
오늘 지인이 선생님 이야기를 전하더군요. 그래서 선생님의 사연이 담긴 기사를 읽어봅니다. 천천히 글자 하나하나 보다가 "주눅 들어 서류를 내밀던 아이들의 눈빛이 떠올랐고 '상처를 더 줄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는 대목에서 잠시 멈춥니다.
인쇄된 문자에서 선생님의 눈빛이 떠오르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이 가난하다는 서류를 내던 아이, 그 아이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짧은 순간이겠지만, 말없는 대화가 여러 번 오고가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아이는 '선생님, 여기요'라고, 선생님은 '미안하다'고 눈빛으로 이야기했겠지요. 얼마나 난처하셨을지….
부끄럽습니다. 저 자신이 그런 장면을 만든 장본인인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선생님이 다른 교직원에게 보냈다는 메신저 내용에서도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합니다. "학력 신장 프로젝트에는 그렇게 많은 예산을 지원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급식비 지원은 줄이는 교육청을 이해할 수 없다.…" 선생님이 자판을 두드리는 동안 전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선생님이 급식비 지원에서 탈락한 학생을 통보받는 순간 전 어디에 있었을까요.
그래서 부끄럽습니다. 선생님이 이해하기 힘든 교육청에 몸담고 있어서 더더욱 죄송할 따름입니다.
교육은 사랑이라고 하더군요. 사랑의 시작은 만남입니다. 교사와 학생이 만나 눈빛을 나누고 대화를 하며 서로 부대끼는 순간, 사랑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외사랑이던 온사랑이던 간에 그 소중한 순간 순간이 모여 교육은 이루어집니다.
저 같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이 소중한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겠지요. 만남과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전 선생님과 가까이 있지 못했나 봅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미안한 마음이 오고가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경기에서 교육을 올곧게 만들었으면 다른 지역도 그리 했을 텐데"라는 생각만 들 뿐입니다.
그래서 작은 다짐을 해봅니다. 여기에서는 선생님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입니다. 지난 임기 동안 무상급식이 번번이 좌절되었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보편적인 복지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것이 선생님의 조용한 움직임에 화답하는 길이라고 애써 위로합니다.
선생님,
교사는 학생에게서 배웁니다. 그리고 교육청에 있는 사람들은 학교현장으로부터 배웁니다. 오늘 전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저 또한 선생님께 죄송합니다. 아이에게 상처를 더 줄 수 없다고 하셨는데, 저 또한 선생님과 같은 분들에게 상처를 더 드릴 수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선생님과 함께 그 길을 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선생님 꼭 건강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힘내십시오. 감사합니다.
2010년 4월 23일
경기도에서 김 상 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