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지 않는 사람은 반 정도만 살아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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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지 않는 사람은 반 정도만 살아있는 것"
  • 이정하 기자
  • 승인 2007.07.18 10: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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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주인 후보 고산 우주 훈련일기 공개

   
 
  ▲ 지난해 12월 25일 한국 첫 우주인 최종 후보로 선발된 고산(30)씨와 이소연(28.여)씨가 우주복 교육도중 공기를 채운 우주복과 빅토르 교관과 찍은 사진.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08년 4월 한국인 최초 우주를 비행하게 될 ‘우주인’이 탄생한다. 지난해 12월 25일 한국 첫 우주인 최종 후보로 선발된 고산(30.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씨와 이소연(28.여.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씨가 그 주인공.

무려 1만8천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두 후보는 본격적인 우주인 훈련을 받기 위해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로 떠나 내년 4월 우주선 발사 전까지 1년간 머물며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 두 후보 중 훈련 성적과 당일 컨디션이 좋은 최종 1명이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지구상공 350~450km)에서 8일간 머물며 과학실험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백홍열)은 18일 우주인 훈련을 받고 있는 한국 우주인 후보 고산 씨의 우주인 훈련일기을 전격 공개했다.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이 되기 위한 고단한 훈련과 고충 속에서도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한 고산씨의 다짐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다음은 <한국우주인후보 우주 훈련일기-고산>의 일기 전문.

[2007년 6월 24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종류의 질문이 아니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그리고 질문을 받아들이는 깊이에 따라 아주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만약 질문을 받은 사람이 우주선을 설계하는 기술자이거나 혹은 그 우주선에 탈 우주인이라면 질문을 받는 즉시 아마 다음과 같이 대답할지도 모른다.

"하루 600리터의 산소와 2.5 리터의 물, 3,000kcal의 식량 그리고 300mmHg 이상의 기압과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주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약간 무미건조하긴 하지만 그의 대답은 사실과 다르지 않다.

   
 
  ▲ 고산씨가 좌석에 누워 장비 착용 중 통신 회선과 냉각 파이프, 산소 파이프를 연결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인간이 우주 환경에서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위에 열거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산소와 물, 그리고 식량이 필요한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일정 크기 이상의 기압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설명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사람을 그대로 우주 공간에 내 놓으면 어떻게 될까? 기압이 0에 가까운 우주 공간에서는 사람의 체온에서도 물이 끓는다. 때문에, 우주에 나가는 즉시 온몸의 체액이 끓어서 증발해 버린다. 평지보다 압력이 낮은 산 위에서 밥을 하면, 물이 낮은 온도에서 끓어 버리기 때문에 밥이 잘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우주선 내부에 불이 난다거나 하는 위급 상황에서 우주선 내부와 진공 상태인 우주를 연결하는 장치를 열어서 공기를 모두 빼 버린다고 하더라도 최후의 보루인 우주복의 내부는 항상 300mmHg 이상의 압력을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또한, 이산화탄소 제거 장치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이유도 재미있다. 만약 밀폐된 우주선 내부에 산소 공급이 차단되면 어떻게 될까?

산소가 공급되지 않더라도 우주선 내부 공기 중에 포함된 산소를 가지고 3명의 우주인이 3시간가량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그전에 이미 1시간 30분가량이 지나면 우주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내는 이산화탄소에 중독되어 버린다고 한다. 산소공급보다 이산화탄소 제거가 더 시급한 문제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지난주에는 소유즈 우주선에서 우주인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공급하는 시스템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졌다. 우주인이 소유즈 우주선에 머무르는 시간은 발사 후 국제우주정거장과의 도킹까지 2일, 그리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지구로 귀환하여 구조대에 의해 발견되기까지 몇 시간 정도로 총 이틀이 조금 넘지만, 사실 이 기간이 전체 우주 비행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험 할 수도 있는 순간이기 때문에 우주인들은 비행의 각 단계에서 생명 유지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숙지하고, 혹시 발생할지 모를 각각의 비상사태에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과정에는 다른 주제의 수업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할당되었고, 이론 수업 후에는 실제로 우주복을 착용하고 시뮬레이터에 탑승하여 발사 순간부터 지구에 착륙할 때까지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한 실습 훈련도 이루어졌다.

우주복을 입고 진지한 마음으로 조종석에 앉아서, 자신의 우주복 밀봉 여부를 체크하고 실제의 비행에서 벌어질지도 모를 가상의 상황들에 대처하는 훈련을 하고 있자니 마치 실전과 같은 긴장감마저 느껴지고, 이마에는 곧 땀이 맺혔다.

우주복 내부에 냉각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었지만, 훈련 후에 우주복을 벗고 보니 안에 받쳐 입은 속옷에 땀이 많이 배어 있었다.

이번 훈련을 받으면서 우주에 가는 것과 높은 산에 오르는 것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서울대학교 문리대 산악회 소속으로 2004년 여름 파미르 고원에 위치한 ‘무즈타그 아타’를 등반한 경험이 있는데 그 당시의 느낌들이 추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높은 산에 오르는 것과 우주에 가는 것이 비슷한 첫 번째 이유는 우주와 높은 산이 모두 사실 인간에게 허용된 장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 고산씨가 시뮬레이터 내부로 들어가는 장면: 실제 우주선에는 이 부분에 해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글자가 새겨진 윗부분의 해치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 조종석에 앉게 된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즈타그 아타' 등반 당시 약간의 사고가 발생하여 해발 6,700m에 건설한 캠프 3에서 이틀을 머물렀던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가 빠져 나가는듯한 느낌이 든다. 한밤중에 물속 깊숙이 잠겨 들어 가는듯한 느낌에 몇 번인가 숨을 몰아쉬며 깨어나기도 했다.

그곳에서, 눈에 덮인 흰 산이 참 아름답지만 그 안에 인간을 품으려 하진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우주도 마찬가지다. 검은 우주는 너무나도 아름답지만,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 인간은 애초에 지표면 위아래로 그렇게 많이 벗어날 수 없는 조건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그곳이 인간에게 허락된 장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래전부터 그곳을 동경하고 꿈꾸며 도전해 왔다. 이것이 높은 산과 광대한 우주가 비슷한 두 번째 이유이다. 왜 인간은 자신에게 쉽게 길을 내어주지 않는 험한 곳을 향한 여정을 고집하는가? 그냥 자신에게 주어진 장소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면 될 것을…. 이 또한 글머리의 질문처럼 대답이 쉽지 않은 질문이다.

하지만, 묘하게도 두 개의 질문이 서로에게 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스라이 멀게만 느껴지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열정과 꿈과 동경이, 때로는 산소와 물과 식량처럼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주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동시에, 진실로 살아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기 위해 우리는 저 먼 곳으로 자꾸만 발걸음을 옮기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해본다.

"꿈꾸지 않는 사람은 반 정도만 살아있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종종 해왔었다.

우주인 사업 이후에도 언제나 꿈꾸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도 꿈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삶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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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아이 2007-07-19 01:42:13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는데 나 지금 모하나 하는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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