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찍사'"
상태바
"나는야 '찍사'"
  • 김춘호 기자
  • 승인 2007.09.06 02:48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보 사진사 DSLR 입문기]

나에게 변화가 생겼다. 언젠가부터 검지손가락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귓전에 부는 바람에 솜털 날리 듯 섬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눈을 감아도 미묘하게 전해오는 이 느낌. 이 황홀한 기분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 일까. 

아마도 이 친구를 만나면서부터 기분 좋은 변화가 일고 있는 것 같다. 내 친구 전문가용 카메라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 이 친구를 수중에 넣으면서 부터 나의 일상을 그와 함께 채워갔다. 이 녀석을 처음 만난 건 올해 7월.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잡지사 기자생활 딱 1년 만에 어렵사리 마련했다.

   
▲ ⓒ 김춘호
사회 초년생의 고단함을 잘 이겨낸 내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 DSLR을 소유한 주변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자축하는 의미를 부여하고 나니 비교적 비싼 카메라 가격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었다.
          
그래도 쉽게 구입할 순 없었다. 카메라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무작정 상인들의 말만 믿을 수 없는 노릇. 그래서 DSLR 카메라 동호회인 'S클럽'에 가입해 카메라 구입 시 유의할 점, 용도에 따른 렌즈 구성, 최근 선호하는 제품 파악 등 사전조사를 마쳤다.

입질하는 내 DSLR을 만나다

모든 제품을 꼼꼼히 챙겨본 뒤 본격 쇼핑에 나섰다. 수십 군데를 둘러보며 잘 나간다는 브랜드의 제품들을 살피고 또 살폈다. 도무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 성능과 기능에 따라 천차만별의 가격대를 실감하던 순간 내 손에 '쫘~악' 감기는 손맛을 느꼈다. 마치 낚시꾼들이 물고기들의 입질을 감지한 듯 닿는 찰나에 낚아챘다.  
 
내 오른손에 입질을 보낸 이 친구는 ‘N'사에서 출시한 보급형 DSLR. 일명 표준 줌렌즈라고 불리는 17-50m 화각의 렌즈였다. 사진기자나 사진작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이 카메라는 사진기 본체와 렌즈가 쉽게 분리된다.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렌즈를 교환할 수 있다.

손맛을 봐서인지 왼손에 들려 있는 '12개월 할부 영수증'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하늘로 솟구칠 듯 들떠 있는 내 기분과는 정반대로, 현실은 냉엄했다.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렇게 각박한 세상 속에 이제 의지할 곳은 이 친구밖에 없었다. 적어도 12개월은 나를 따라 다닐테니까.

이날 쏟아 부은 돈이 내 한 달 웝급은 족히 된다. DSLR에서 보급형 바디는 80만원에서 100만원 선. 거기에 표준 줌 렌즈 가격은 40만원. 가방 4만원. 메모리 2~3만원(2G 기준), 렌즈를 보호해주는 UV필터 저가형 1만원. 이것만 해도 대략 140만원에서 150만 원 정도. 박봉의 기자월급으로는 결코 만만치 않은 구성이다.

'이정도면 향후 몇 년 동안은 더 이상 카메라에 돈을 안 써도 되겠구나...'하고 내심 기뻣다.

그러나 웬걸. 한지 하루도 안돼 산통이 깨졌다.

"야! 렌즈는 어떤걸로 샀어? 넌 이제 시작이야. 스트로보(플래시), 넥 스트랩(목줄), 삼각대도 사야하고, 렌즈? 표준 줌렌즈로 만족 할 것 같아? 좀 더 멀리 있는 것도 찍으려면 망원렌즈도 필요할 것이고, 풍경사진 같은 시원한 사진 찍으려면 광각렌즈도 사야하고, 지인들 이쁘게 찍어주려면 단렌즈도 사야한다.(하하하) 여기서 끝날 것 같아? 지금 있는 카메라. 그걸로 만족 못하고 더 좋은 걸로 바꾸고 싶은 마음도 들 걸"

   
▲ ⓒ 김춘호
이미 DSLR에 푹 빠진 선배의 축하(?) 전화에 내 기분은 일그러졌다. 설마 할부 영수증이 24개월을 따라 다니진 안을까 염려됐다.

평소 '내일 일은 내일하자'는 식의 생활관에 맞게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장비 타령이 대수가 아니란 말씀. 이제 열심히 찍는 일만 남았다. 이 친구와 친해지려면 스킨십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병아리 사진가 첫 출사를 가다

이 녀석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7월 어느날 첫 출사를 떠났다. 각종 튜닝카와 레이싱 모델 등 카메라에 담을 사진이 넘쳐 DSLR유저들이 꼬인다는 '서울오토살롱2007'이 그 무대였다. 이 날도 역시 수많은 유저들과 구경꾼들로 전시장은 북적했다. 특히 레이싱 모델들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연신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미리 밝혀두지만 난 인물사진을 연습하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 천의표정을 지닌 모델들을 사진에 담기 위함이다. 결코 환상적인 몸매의 레이싱걸들을 보고 싶어서가 아님을 밝혀둔다.(으흐흐)

(본론으로 돌아와서)고정조리개의 화사함이 좋긴 했지만 수많은 DSLR유저들 사이에서 모델들의 표정을 내 카메라에 담기에는 거리가 문제였다. 오전 내내 400여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건질 것이 없었다.(이래서 망원렌즈가 필요한 거였나.) 오후들어 역동적인 사진을 담고 싶어 짐실야구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넓은 야구장에서 선수들을 찍기에는 무리수가 따랐다. 역시 렌즈가 문제였다.

첫 출사를 무사히 마친 뒤 사진들을 컴퓨터에 옮겨보니 가관이었다. 수백 장의 사진들이 초점이 빗나갔거나 흔들린 것은 예사, 어둡고 구도조차 맞지 않는 것들이 태반이었다. 비관적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예상 밖의 졸작에 충격이 컸다. 무식하면 용기라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밤을 세가며  DSLR 이용 강좌를 정복했다. 그때서야 나의 문제점들을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실내촬영에는 스트로보가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어두운 곳에서는 ISO(감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 하지만 알수록 태산이요, 갈수록 망망대해였다.

첫 출사의 아픔(?)을 뒤로하고 당당히 두 번째 출사를 나갔다. 청계천, 인사동을 거쳐 삼청동을 돌아 경복궁에 도착하는 코스였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해서 그런지 부담도 덜했고 내가 원하는 포즈를 마음대로 시킬 수 있어 좋았다. 그래서 인지 이날 구도도 전반적으로 괜찮았고,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자연스런 표정들도 여러 컷 포착됐다.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이만하면 첫 출사 때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자평했다. 돈 드는 일이 아니기에 후한 점수를 줬다.(음하하) 

소원하던 망원렌즈를 손에 넣다

비교적 좋아졌다고 하나 거리감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첫 출사 때부터 줄곧 따라다닌 망원렌즈의 유혹에 몸서리쳤다. 

며칠을 고심끝에 ‘S'클럽의 중고장터에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어려운 결심을 한 만큼 비교적 가격도 저렴하고 손 떨림 방지기능도 뛰어난 70-300vr 렌즈를 선택했다. 통장의 잔고를 보면 가슴이 아파왔지만 망원렌즈를 손 에 넣을 수 있어 배가 절로 불렀다. 

   
▲ ⓒ 김춘호
사진 욕심에 친구들을 또다시 올림픽공원으로 불러냈다. 신나게 주말의 여유를 즐기는 녀석들의 표정을 먼발치에서도 담을 수 있었다. 예전보다 훨씬 살아있는 느낌의 셔터질을 했다. 또 첫 출사 때처럼 야구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역동적인 스포츠의 찰나를 재대로 잡아낼 수 있는가가 궁금했다. 
 
그러나 숨도 쉬지 않고 눌러댄 카메라 셔터는 헛수고임이 분명했다. 기대감에 부풀어 집으로 돌아와 결과물을 확인한 순간 또 좌절하고 말았다. 올림픽공원에 갔을 당시 태양빛이 쨍쨍 내리쬐는 정오였다.

밝은 것을 고려하지 않고 줌 렌즈의 조리개 수치를 너무 낮게 잡은 것이 사진을 망친 원인이었다. 조리개 수치가 낮을수록 결과물은 밝게 나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낮에 야외 촬영을 할 때는 조리개 수치를 높이는 게 정석임을 모른 것이다. 

쓴 고베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비 온 뒤에 땅이 더욱 굳는다고 했던가. 한장의 사진으로 감동을 전하는 그들(사진작가)도 나와같은 전처를 밟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나는 사진이 예술성이 아닌 진정성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진정성은 한 순간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단 한 장의 사진이 모든 진실(가치)을 말해주듯. 심지어 역사를 송두리째 갈아치우기도 하고, 총탄이 날아드는 전쟁터에서도 어김없이 셔터가 터져 나온다. 사진 한 장을 통해 전하는 감동과 진리는 어쩌다가 찍힌 특종과는 다르다.           

사진을 담는 다는 것. 그 것은 인류애적 사랑이다. 인간에게만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는 전유물이기에. 사랑을 전달하고 싶은 난 '찍사'다. 그 실험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누군가 내게 취미를 묻는다면 "함께 출사를 나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고 싶다. 

······························································ ··· 덧붙이는 글 ······················· ·····································

김춘호 기자는 다른 직장에 근무하는 기자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해 성 2007-09-15 10:40:44
열정이 대단하시군요^^ 부럽습니다.

yongjun 2007-09-07 20:09:35
기자분 성함이 제친구랑 이름이 똑같네요 맨날 춘삼이라고 놀리는데ㅋㅋ

이준덕 2007-09-06 13:31:43
에세랄쓰는 일인으로서 일단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중간 중간 에세랄 잘못된정보가 좀 보이네요 ^^;;
그리고 사진에 있어 정석이란 존재 하지 않습니다. 카메라에 렌즈로 보이는 세상을 어떻게 담느랴는 작가 마음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질책은 받아 들여 더 좋은 모습으로 발전 시키되 구지 거기에 억메일 필요 없습니다. 자신만의 색을 찾으세요^^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