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단속 인권침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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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단속 인권침해 심각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7.09.12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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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난 갓난아기까지 구금... 인권후진국 오명 여전

   
▲ 민변 이주노동자 변호인단 등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12일 오전 서울 을지로 한국언론재단 18층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정부의 이주노동자 불법 단속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 데일리경인
[데일리경인 석희열 기자] #1. 8월 20일 오후 6시. 서울 성동구 성수역 일대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 단속을 벌이고 있던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이 길가던 외국인 5명을 연행하려 했다. 이때 외국인 ㄱ씨가 보호명령서 제시를 요구했으나 단속반은 이를 묵살한 채 이들을 거칠게 체포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단속반은 미등록 체류자였던 방글라데시 출신 ㄹ씨의 왼쪽 옆구리를 강하게 공격했다. ㄹ씨는 곧바로 단속반의 손에 붙들려 봉고차에 태워졌고 수갑이 채워졌다. 출입국관리소 쪽은 단속에 항의하던 ㄱ씨 등 4명을 공무집행방해죄로 고소했다.

#2. 8월 28일 오후 8시 경기도 성남. 중국 국적의 미등록 체류자 이아무개씨는 자신이 일하던 한 식당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이날 밤 이씨는 생후 7개월 된 딸과 함께 서울출입국관리소 보호실에 구금됐다. 출입국관리소 쪽은 장염으로 고열이 끓는 아이를 밤새 방치했고, 풀어줄 것을 간청하는 이씨의 남편에게 보증금 1000만원을 요구했다.

이런 사정이 이튿날 외부로 알려지면서 항의가 빗발치자 출입국관리소 쪽은 보증금을 500만원으로 낮췄고 결국 300만원의 보증금을 받고 그날 밤 이씨를 풀어줬다.

이처럼 한국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 과정에서 인권 침해 사례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8월 1일부터 연말까지 22만4000여 명에 이르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밝힌 단속 이유는 '불법체류 외국인 증가에 따른 국내 노동시장 왜곡, 외국인 밀집지역 슬럼화, 각종 범죄 예방'이다.

그러나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정부의 무차별 단속활동이 명백히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해당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변 윤치환 변호사는 "외국인들의 체류자격 여부를 적법한 절차에 의해 확인하기 전에 출입국관리공무원들이 외국인들의 허리띠를 잡고 봉고차에 연행하려고 했다는 것은 명백히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성수동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주노동자들이 적법한 체류자격이 있음을 알리고 신분증 등을 제시하고자 하였으나 이를 무시하고 강제 연행한 것은 출입국관리법상 보호의 요건 및 긴급보호의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아니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지적했다.

권영국 변호사도 "단속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출입국관리공무원들의 반인권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무원들의 이러한 반인권적 위법 행위를 고치지 않는 한 한국은  여전히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23일 오전 10시30분께 성수동의 한 공장에 갑자기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이 공장에는 파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왈리드(Waleed)씨가 일하고 있었고 단속반을 보자 옥상으로 도망쳤다. 뒤쫓아 온 단속반을 피해 그는 옥상에서 1층으로 뛰어 내렸다. 이 과정에서 왈리드씨는 발목을 다쳤고 단속 차량에 실렸다.

왈리드씨는 "발목을 다쳐 매우 아프니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단속반에게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며 "봉고차에 실려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연행됐다 이날 오후 늦게서야 풀려나 친구들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 14일간의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고 말했다.

민변 이주노동자 변호인단은 출입국관리공무원들이 ▲신분증 및 보호명령서 제시하지 않은 점▲이주노동자들이 적법한 체류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무시하고 강제연행한 점 ▲단속 과정에서의 폭행 및 구타행위 등을 출입국관리법상 위법행위로 꼽았다.

또 사법경찰관의 강제연행 및 수사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알리지 않은 행위 ▲수갑 등 계구사용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침해하는 행위 등도 적법 절차의 원칙에 위반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민변 등 인권단체들은 출입국관리공무원 및 사법경찰관의 이러한 위법행위에 대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직권남용죄, 불법체포·감금죄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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