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데 물로 컵라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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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데 물로 컵라면을?
  • 우승오 기자
  • 승인 2011.11.25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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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학생에게 질문을 던진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는 뻔한 답을 기대했던 교사는 한 학생의 ‘엉뚱한’ 답변에 당황한다. 교사를 당혹스럽게 한 대답은 “봄이 온다”였다.
한 아이가 과일을 들고 온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한마디 한다. “고맙습니다”나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가 아니다.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뭘 이런 걸 다”였다.
어제 용인시청 화장실에서 기자는 학생들의 기발한 대화에 또 한 번 놀랐다. 한 학생이 옆칸에서 볼 일을 보고 있던 친구에게 한마디 던졌다. “○○야, 용인시청 비데에서는 따뜻한 물이 나와.” 그 말을 들은 친구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반응을 보였다. “용인시는 온수기 대신 비데에서 나오는 물로 컵라면 먹나보지 뭐.” 허허, 기발한 착상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될까요?”라는 질문에 수직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물”이라고 대답한다. 물 이외의 답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기존 지식에 부합하며 논리적이고 당연한 답이다. 하지만 창의적이지는 않다.
반면 수평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됩니다”라고 대답한다. 머릿속에 입력된 파일만 뒤진 것이 아니라 이 파일 저 파일을 옮겨 다니며 얼음과 봄의 숨어 있는 연관성을 찾아낸 것이다.

용인시청 화장실 대화의 주인공은 이날 오전 에이스홀에서 열린 ‘고3축제’에 참가한 학생이었다. 이날 참가한 고3 학생들 중에는 대학에 진학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곧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 이도 있을 것이다.

대학 진학 여부와 무관하게 현대는 무엇보다 창의적 사고가 요구된다. ‘얼음이 녹으면’이라는 질문에 ‘물’이라고 답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봄’이라는 답 그 이상을 떠올리는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희망을 본다. 그들이 어느 자리에 있든 수평적이고 유연한 사고체계에 날개를 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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